• '위기설'로 긴장감이 돌았던 3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을 3조원어치 이상 사들이며 '바이 코리아'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 장외 채권시장에서 매매일 기준으로 2조1270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는 1월 495억원, 2월 1조8605억원에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도 3월 1조107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2월 1조1218억원 순매도에서 한 달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3월 한 달간 채권과 주식을 합친 순매수액은 3조2344억원에 달하며, 올해 1분기 전체로는 채권 4조370억원, 주식 6376억원 등 총 4조6746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외채 상환이 몰리는 3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외화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3월 위기설'이 기우였음을 뒷받침한다.

    ◇ 증시 급등, 환율 급락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61포인트(3.54%) 오른 1,276.97로 장을 마쳐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폭락하면서 1,330원대로 내려섰다.  일본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225지수도 전날보다 4% 이상한 급등한 8719.78로 마감하는 등 대부분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내려앉은 것은 국내외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기때문이다.

    전날 미국의 2월 잠정주택판매 지수가 전달보다 2.1%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52.68포인트(2.01%) 상승한 7,761.60으로 마감했다.
    국내에선 3월 무역수지가 월 단위로는 사상 최고 수준인 4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2월 광공업생산이 5개월 만에 급락행진을 멈췄으며 경기선행지수도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LG경제연구소 신민영 실장은 "국내외 지표 호전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면서 "금융위기가 수개월간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소식이 나오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성급한 전망들이 나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점이 증시 상승과 환율 급락을 견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개선 추세" VS "회복 일러" 

    향후 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실적이 작년 4분기 최악을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주가 강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G20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금융시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금융부실과 실물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환경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물지표가 바닥권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부동자금이 조만간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소 신민영 실장은 "실물 경기가 갑자기 나빠질 수는 있지만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실장은 "미국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구조조정 과정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 환율은 추세가 하락 쪽이라기 보다는 당분간 1,250~1,500원 사이에서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융위기 속에서 안정성과 금리, 환율을 바탕으로 한 국내 금융자산의 투자 매력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배경이 됐으며, 국채나 통화안정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대한 세제지원안 등 정부 정책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이 같은 `바이 코리아'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환율 급상승으로 저평가된 원화가치, 우호적인 정부 정책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자금 유입은 꾸준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때마다 등장하는 외국인 자금이탈과 연관된 위기설은 일부 개연성이 있다 해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