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은행과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 선정 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당초 계획보다 1주일 늦춰 이번 주 중 10여 개 그룹을 선정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
    채권은행들은 일부 그룹들에 추가 계열사 매각 등을 주문할 예정이어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10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은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은 14개 그룹들과 합격 점수를 받은 일부 그룹들을 놓고 재무개선 약정 체결 여부를 막판 조율 중이다.
    채권단은 당초 지난 주에 약정 대상 그룹을 확정짓기로 했으나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부채비율 중심의 단순 평가보다 현금흐름과 자산·부채 등 재무 상태를 따져보고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문해 일정을 1주일 연기했다.
    이에 따라 불합격을 받은 일부 그룹은 약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합격 점수를 받은 일부 그룹은 약정 체결 대상에 포함되는 등 일부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은행권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을 그룹 수는 당초 전망치인 10∼11개가 될 것이지만 일부 그룹은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채권은행들은 약정 대상 그룹들과 이르면 오는 20일 전후, 늦어도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식과 일정을 명확히 한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MOU 체결을 거부한 그룹에 1차 경고를 거쳐 신규 여신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뒤 6월 말 기준으로 70일 이내에 45개그룹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채권단은 또 이번 주부터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400여 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도 개시한다.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대기업은 워크아웃 절차를 밟기 때문에 그룹의 재무개선 약정 체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재무구조가 악화한 일부 그룹들은 약정 체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채권단을 상대로 치열한 기업홍보를 펼치며 계열사와 자산 매각, 증자 등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약정을 맺는 그룹들 중 일부는 돈 되는 계열사나 자산을 추가로 내놔야 한다"며 "당분간 그룹 오너와 채권단 간 줄다리기를 통해 약정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통해 재무개선 약정을 맺는 그룹들이 내놓은 계열분리 계열사나 자산 등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지원해줄 방침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