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등의 최악의 악재 속에도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예측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 등의 대내외 여건이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 올해 대기업 순이익 급증 전망
    22일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제시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들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모두 16조4427억 원으로 작년(9조9426억 원)보다 65.4%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이들 10개사의 순이익 전망치는 2004년 26조3600억원, 2005년 22조3천140억원, 2006년 19조480억원, 2007년 21조3940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순이익 전망치는 작년보다 13% 늘어나는 6조2213억 원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순이익도 1분기 6192억 원, 2분기 1조5813억 원, 3분기 2조1129억 원 등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2004년의 10조7870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순이익은 작년의 3.2배에 이르는 1조5551억원으로 예상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2조4080억원), 현대모비스(1조1180억원) 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위권 내 상장사들 중에서는 LG화학과 SK에너지의 연간 순이익이 각각 1조4600억 원, 1조3118억 원으로 각각 45.6%, 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대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시간이 갈수록 상향 조정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200에 속한 상장사들 중 연간 실적 추정이 가능한 152개사의 순이익 전망치를 지난 4월 초 38조8819억 원에서 5월 말 42조183억 원으로 올린 데 이어, 지난 21일 기준으로는 46조1545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 전망치도 지난 4월 초만 해도 2조6500억 원에 불과했으나 최근에 6조 원대로 대폭 조정됐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기업들의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올초 환율 상승 효과도 컸지만 2분기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글로벌 수요가 어느 정도 살아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성장률 전망치 상향 움직임도 '솔솔'
    이처럼 기업들의 실적이 당초 우려에 비해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요 연구소들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1%대 후반 정도로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10개 투자은행(IB)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0%로 3월 말의 -4.3%에 비해 2.3%포인트 올라갔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2분기에는 재정투입 효과가 컸고 수출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며 "금융 위기가 다시 진행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오는 9월쯤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조정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 발표 이후 정부 정책 효과로 고용이 조금 개선됐고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제조업 경기 개선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아직 모른다…경계심리도 '여전'
    그러나 실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직은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간 설비투자와 소비가 크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금융위기의 재발 및 더블딥(경기상승후 재하강),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 중소기업들의 부진 등의 우려가 여전히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월 20대 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은 20%에 그쳤다. 하반기 수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25%로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15%)보다 높았다.
    600대 기업의 경기실사지수(BSI) 전망도 7월에 98.7로 3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BSI 전망치가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전망한 기업이 더 많고, 100 이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BSI 전망치가 7월에 다시 꺾인 것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우려가 가시화하지 않으면 회복 추세가 이어질 것"이나 "속도는 완만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재정이 올해 상반기에 65%나 공급돼 여력이 많지 않다"며 "올해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된다 하더라도 예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상위 10개 상장사들의 연간 순이익은 2004년에 26조 원에 달했으며 2005년과 2007년에도 각각 20조 원을 넘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으로선 기업 실적도 그다지 좋다고 보기 어렵고 펀더멘털에도 큰 변화가 없다"며 "2분기는 '반짝성장'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