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 소유 기업 두바이월드가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한 가운데 추후 채무 상환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부채 규모는 590억달러(한화 68조원)로 두바이 정부와 정부 소유 기업의 전체 부채 규모 800억달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다음 달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자회사 나크힐의 35억달러 채권을 비롯, 모라토리엄 기간으로 설정한 내년 5월까지 두바이월드가 상환 또는 재융자해야 하는 부채는 모두 56억8천만달러다.
    채권단이 두바이월드의 채무 상환 유예 요청을 거부할 경우 두바이월드는 자산 매각 절차 등을 통해 채무 상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두바이월드의 채무 상환 유예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단은 HSBC 홀딩스, 바클레이스 등 외국 금융기관들도 포함돼 있지만 아부다비 상업은행, 에미리트 NBD PJSC 등 UAE 금융기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UAE 금융기관들이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의 칙령에 의해 2006년 출범한 두바이월드를 채무 상환 지연 문제 때문에 공중 분해시킬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채무상환이 유예되면 UAE 수도 아부다비 정부가 금융 지원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UAE는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지방정부로 구성돼 있다. 두바이가 몰락할 경우 아부다비는 물론 UAE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아부다비 정부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부다비는 이미 지난 2월 두바이 정부가 발행한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UAE 연방 중앙은행을 통해 매입했고 최근 발행된 50억달러의 채권 역시 아부다비은행(NBAD)과 알-힐랄 은행 등 아부다비 주요 은행이 사들였다.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인 UAE에서 95%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는 외국 자본 차입에 의존해 온 두바이와는 달리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현재 운용 중인 국부펀드만 해도 8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 AG는 성명을 통해 "아부다비가 UAE를 구성하는 주축인 두바이를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까지 내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부다비가 아무런 대가 없이 두바이에 무한정 자금을 지원해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장에서는 아부다비의 에티하드 항공이 두바이 정부 소유의 에미레이트항공을 인수 합병할 것이라는 설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등 두바이가 아부다비의 금융 지원을 추가로 받게 될 경우 경제 예속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아부다비 정부가 금융 지원 대가로 두바이 정부 소유 기업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