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요타의 추락엔 이유가 있다

    도요타는 일본 최대의 자동차 회사입니다. 아니 세계에서 손꼽는 자동차 회사로 그 이름을 날렸습니다. 일본인들의 자존심이자 일본 경제 발전의 상징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도요차에 입사한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꼈고 주변 사람들은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 도요타가 날개 잃은 천사처럼 추락하고 있습니다. 추락을 확실하게 만든 것은 800만대라는 엄청난 규모의 리콜 사건입니다. 가속 페달 결함으로 인해 도요타의 연간 글로벌 판매대수를 넘어서는 리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흥분하였고 도요타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였습니다. 미국 의회에서까지 도요타 문제를 심각하게 취급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여론은 도요타 사태의 책임을 질 회생양으로 도요타의 사장을 역임한 와타나베를 선택한듯합니다. 와타나베가 제품 원가를 낮추는 일에 올인을 했는데 그런 정책이 도요타 제품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책임지고 끝낼 성질의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도 합니다.
    아무튼 도요타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습니다. 최고의 자동차라는 이미지도 허물어졌고 세계에서 도요차가 차지했던 위치도 허물어져버렸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세계 선도기업”(Leading companies)의 순위를 매기는데 도요차의 순위를 3위에서 360위로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너무 심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 만큼 도요타의 대량 리콜이 큰 사건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토요타의 어둠]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토요타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잘 분석해놓고 있는데 오늘날 도요타가 보여주고 있는 문제가 단순한 것도 아니며 일시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인상 깊게 다가왔던 내용은 도요타가 사원들을 대하는 엄격한 태도입니다.
    일렬로 늘어선 가운데 열중 쉬어 자세로 자기소개를 하는 일, 생산부문 임원이 시찰 올 경우 몇 개월 전부터 견학 루트를 결정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통로를 반짝거리게 닦는 일, 사적인 메일을 금지하는 데다가 상사는 부하의 메일을 볼 수 있도록 한 일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도요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사원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기능직 사원들은 싸구려 독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대부분의 기숙사 방들은 다다미 네 장 반짜리로, 벌어진 창문 틈새에 바람막이 테이프를 붙일 정도로 낡은 시설이라고 합니다.
    50년 된 건물로 식당도 없고요. 방이 얼마나 비좁은지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에 옷장 하나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이런 기숙사를 제공한다면 당장에 사원들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토요타의 어둠]은 도요타가 자랑하는 도요타 자동차의 성능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합니다.
    성능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이미지일 뿐 실제로 성능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예로 엄청난 리콜 수를 언급하고 있는데 국토교통성이 숨겨둔 자료를 토대로 2001~2005년 5년간 525만대의 리콜을 기록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막대한 광고 선전비로 도요타의 이미지를 높인 것일 뿐 자동차 성능과는 아무 관련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토요타의 어둠]은 또한 하청 직원들이 도요타로 인해 겪는 처참한 대우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여성 실습생 6명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그들은 자동차 시트 등을 만드는 하청기업에 2003년부터 2004년까지 근무했습니다. 회사는 그들의 여권과 예금통장을 압수했고, 작업 도중 화장실에 가면 1분당 15엔의 벌금을 급료에서 제했습니다.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회사 전화를 이용하면 회당 1만 엔을 징수했습니다. 이게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처우입니다.

    그 외에 많은 이야기들을 [토요타의 어둠]에서 접할 수 있지만 위의 간단한 예들만 보아도 충격적입니다. 만약 [토요타의 어둠]에 나오는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도요타는 세계적인 우량 기업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악덕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오늘 날 이루어지고 있는 도요타의 추락이 단순한 리콜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요타의 자산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에 800만대를 리콜해도 도요타가 쓰러질 만큼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른 회사들이라면 벌써 문을 닫았을 텐데 역시 도요타는 엄청난 저력을 가진 회사라고 이 와중에도 도요타를 칭찬하는 사람들도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 해도 속으로부터 썩어있고 그것이 오래 된 데다가 제대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도요타 역시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있다는 것을 망각한 데서 나오는 말들일 뿐입니다.

    저는 이번 도요타 사태가 한국 기업들에게 귀한 교훈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 자동차 등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잘 나간다고 하지만 언제 도요타처럼 강력한 펀치를 얻어맞을지 모르는 것이 냉혹한 국제 경제의 상황입니다. 끊임없이 연구하여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하겠지만 그 제품들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사람임을 기억하면서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기업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분명히 광고는 필요합니다. 프랑스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삼성 광고나 미국의 초대형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현대의 광고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만 그것을 아깝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광고로 생긴 좋은 이미지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보장해주지는 못합니다. 결국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좋은 제품들을 지속해서 내놓을 때 광고를 통한 이미지 상승과 맞물려 최고의 결과도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도요타의 추락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추락할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들이 파고들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기업이 계속해서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직 도요타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 것은 아니지만 추락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짜로 얻는 과외 기회이니 잘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