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씨는 프랑스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등 프랑스 ‘태생’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소식에 큰 맘 먹고 가방을 구입하기로 했다. 샤넬의 캐비어 라지의 경우 국내 백화점 판매가는 500만원에 달하지만 프랑스에서는 2550유로, 우리돈으로 391만원(환율 1535원 기준)이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13%의 세금환급(tax refund) 혜택도 누릴 수 있어 국내 백화점과 약 200만 원 가량 차이가 난다.

    A씨는 워낙 고가에다가 잦은 가격인상 탓에 ‘금넷’, ‘샤테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샤넬의 가방을 구입한 뒤 세금환급 서류를 작성했다. 문제는 그때였다. 여권까지 보여주고 여권번호까지 기입했으나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불어는 모르지만 세금 환급받는 A씨의 국적이 남한, 한국도 아닌 북한(Koree du nord)으로 지정된 것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A씨는 곧바로 샤넬숍 매니저에게 항의했으나 매니저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 전산상에는 북한 밖에 없다.” 

    (위)A씨가 발급받은 샤넬의 세금환급 서류. (아래) 국적란에 Koree de nord(북한)이 선명하다. ⓒ 뉴데일리

    결국 북한에서(?) 세금을 환급받는다는 서류를 받은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샤넬코리아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세금환급 문제도 중요했지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전산에 ‘한국’ 대신 ‘북한’이 등재됐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며칠 뒤 샤넬 코리아는 “세금 환급 과정에서 발생한 국적 문제를 본사에 즉시 제기했다. 불편함과 언짢음을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샤넬 본사와  Premiere Tax Free 측으로 부터 전달된 공식 사과 레터를 보내왔다. 

    샤넬 본사는 공식 레터를 통해 “예상치 못한 이 에러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샤넬의 세금환급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Premiere Tax Free’ 측 소프트웨어 상의 문제로 버그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 같은 소프트웨어 버그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샤넬의 세금환급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Premiere Tax Free’도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보내왔다.

    이들은 “우리 소프트웨어 상의 에러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나 당신의 도움으로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오류는 샤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세금환급 서류에 북한이라고 잘못 기재된 민감한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깊은 사과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샤넬과 샤넬의 소프트웨어 담당 업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사과레터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