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창립자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CJ회장의 부친으로 잘 알려진 이맹희(79) 전 제일비료 회장이 영화배우 박모(1961년 영화 '황진이의 일생' 출연)씨로부터 거액의 양육비 청구 소송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박씨는 소장을 통해 "이맹희 전 회장과 1961년에 만나 3년 간 동거한 뒤 아들을 낳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회장의 아버지 이병철 삼성회장이 크게 화를 내 아들을 홀로 키워야만 했다"고 밝힌 박씨는 "1984~1986년 친아버지와 부산에서 몇 차례 만난 적도 있으며 그때 지갑과 볼펜, 금으로 된 버클 등을 받았었다"고 밝히는 등 24년 전 이 전 회장을 만났던 정황까지 자세히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박씨의 아들 이재휘(48)씨는 지난 2004년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 2006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이 전 회장의 아들이 맞다는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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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2월 11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호암 동상 제막식을 마친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만제 호암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김범일 대구시장(앞줄 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한편 이맹희 전 회장의 복잡다난한 가족 관계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 얽힌 숨겨진 가족사에 대해 네티즌의 관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박씨의 법정소송 사실이 알려지며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맹희 전 회장의 이름은 8일 하루 동안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클릭을 유도, 수십개의 기사와 수백여개의 댓글을 양산하는 이슈메이커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네티즌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동안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첫째 형 이맹희라는 사람의 존재와 더불어 현재 국내 굴지의 기업총수들로 거듭난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자녀들에게까지 옮겨지는 분위기다.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그는 누구인가

    이맹희 전 회장은 사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앞서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후계자'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1966년 9월 이병철 회장이 '한국비료 밀수 사건',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성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자 그 뒤를 이어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이 전면에 나서 아버지 대신 그룹 전체의 경영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러나 1973년 이병철 회장은 첫째 아들인 이맹희 전 회장을 불러 당시 이 전 회장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제당, 중앙일보, 성균관대 등 총 17개 직책을 나열하게 한 뒤 이 중 삼성물산, 삼성전자, 제일제당(부사장) 3개 기업 총수 자리만 남긴 채 나머지 기업 모두를 회수하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린다.

    이처럼 이맹희가 하루아침에 황태자 자리에서 미끄러진 것에 대해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 전 회장의 경영적 무능력함을 첫 손에 꼽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후일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절대 권력을 유지하고픈 아버지의 뜻에 부딪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후 이병철 회장의 그룹 총수 복귀와 맞물려 권력의 뒤안길에 서게 된 이맹희 전 회장은 사실상 모 그룹과 결별하는 수순을 밟으며 자신의 아들을 통해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은 현 CJ그룹의 총수를 맡고 있는 이재현 회장으로 1993년 7월 독립경영을 선언, 삼성그룹에서 CJ를 독립시킨 뒤 CJ제일제당, CJ오쇼핑,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 CGV, CJ미디어, 엠넷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등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은 그룹 총괄 부회장 겸 CJ그룹 E&M 수장을 맡아 국내 연예·미디어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장남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을 맡은 이후 공식적으로 CJ그룹과 무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대외 활동을 접은 상태다.

    이병철 삼성회장에게는 이맹희 회장 외에도 2명의 아들과 5명의 딸이 있었는데 각자 장성한 뒤 이들은 이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제일제당을 제외한 전 계열사를 나눠 경영하며 십수년간 국내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들 중 1976년 9월 이병철 회장이 가족회의 자리에서 전격 발표, 삼성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3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3남 이건희가 삼성 이어받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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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6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0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셋째 아들인 동시에 형제들 중에서도 뒤에서 두 번째인, 말하자면 (서열만 따지고 봤을때)후계자와는 애당초 거리가 먼 처지였다.

    그러나 형제 중 셋째이자 차남인 고(故)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일찍부터 독립해 나감에 따라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게 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주장한 이후 10년 동안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며 오늘날 한국이 반도체·IT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실질적인 선도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건희 회장은 1남 2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데 장남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장녀 이부진은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를, 차녀 이서현은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를 겸직하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자식 중 첫째이자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신라호텔 고문을 지낸 뒤 한솔제지 경영을 맡아 한솔홈데코, 한솔PNS, 한솔 Lcd 등 국내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솔그룹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현재 한솔그룹은 이인희 고문의 세 아들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첫째 조동혁 명예회장은 금융부문을, 차남인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은 정보통신부문을, 3남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제지부문을 맡아 각각 독자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외에도 막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두 남매 정용진과 정유경이 나란히 신세계 부사장과 조선호텔 상무 직책을 맡아 3세대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희 회장의 남편은 정재은 웨스틴조선호텔 명예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