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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국민비하 용어

입력 2010-08-04 10:27 | 수정 2010-08-04 10:30

요즈음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에 있어서 키워드의 하나는 ‘친서민’이다.
필자는 현 행정부와 한나라당이 ‘친서민’을 강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혹자는 친서민정책을 좌파적이니 인기영합주의니 하며 비판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온정적 우익노선, 정의로운 우익노선을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비판이다.
우익노선의 중심 가치의 하나는 애국이고, 애국의 중심 요소의 하나는 동포애이며, 동포애의 중심 사항의 하나는 불우한 동포들에 대한 온정적 배려이다. 

필자는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의 ‘친서민’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이 진실한 것이기를 바라면서도, 그러한 좋은 취지의 정책노선에 ‘친서민’이라는 부적절한 명칭을 붙이는 그들의 사려부족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서민’이란 통상 ‘권력이나 많은 재산을 보유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로 뜻풀이 되지만, 그 용어 속에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평가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자 庶에는 ‘잡다한’, ‘정통이나 근간이 아닌’ 등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각 기관에서 중심 업무 혹은 중요한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잡다한 업무를 다루는 부서를 서무과라 하고, 아버지의 정실부인이 아닌 아내를 서모라 하며, 그 서모의 아들을 서자라 한다. 

한자 문화권에서 권력이나 많은 재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들을 서민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봉건시대의 어법이다. 봉건시대에는 왕족과 귀족계급을 나라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백성으로 보고 그 나머지 주민들을 중요하지 않은 잡다한 백성이란 뜻에서 서민이라 했던 것이다. 

따라서 한자 문화권 국가에서 통치의 민주성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서민’이란 용어사용이 기피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수준이 높아진 이래 ‘서민’이란 용어가 정치적 용어로는 잘 사용되지 않았다. 민주국가에서는 권력과 재산이 없는 국민도 권력과 재산이 있는 국민과 동등하게 중요한 국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국민’, 혹은 ‘곁가지 국민’의 뜻을 함축한 ‘서민’이란 명칭을 붙이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이 제시하고 있는 친서민정책의 수혜대상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는 고마운 일을 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요하지 않은 잡다한 국민’의 함의를 가진 명칭으로 부른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평등원리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친서민정책의 수혜대상들은 자기들에게 붙여진 ‘서민’이란 명칭에 내포된 함의를 알지 못해서 친서민정책 주체들에게 분노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민’이라는 용어의 함의를 알게 된다면 ‘친서민정책’의 수혜대상인 ‘서민’들은 분노하며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욕할 것이다.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이 떡 주고 욕 먹는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친서민’정책이라는 반민주적 정책명칭을 부정적 가치평가가 배제된 ‘친저소득층’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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