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애플사 간부가 아이폰과 아이팟 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지역 업체 5~6곳으로부터 1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억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사실이 탄로나 재판에 회부된 가운데 일부 외신에서 우리나라 업체도 포함됐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에서 글로벌 부품공급을 담당하는 폴 신 드바인(37)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이들 기업에게 사내기밀을 제공,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아 배임수재, 사기,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됐다.

    WSJ은 돈을 주고 정보를 산 기업에 한국의 크레신, 중국의 캐다, 싱가포르의 진-리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진-리에 근무하며 브로커 역할을 맡은 앤드루 앵을 통해 드바인과 접촉했으며, 빼낸 기밀 정보를 활용해 애플과 유리한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드바인은 정보제공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뒤, 해외에 개설한 부인 이름의 차명계좌 등으로 송금 받아 앵과 돈을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은 2006년부터 드바인이 부품업체와 교환한 이메일에 사내정보와 돈 문제가 포함된 사실을 포착하고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후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까지 수사에 나섰다.

    이 같은 보도에 크레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크레신 관계자는 “우리는 대한민국 대표 중소기업이다.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외신이 그대로 보도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사 직원으로부터 미주시장 진출을 위한 컨설팅 제안을 받아 비즈니스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본 계약은 정상적인 컨설팅 계약으로 진행된 것이지 불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크레신은 오래 전부터 이어폰과 헤드폰 제조에 대한 기술적인 노하우를 이미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적인 정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며 "이번 보도가 기술 요출로 오인되는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컨설팅 과정에서 받은 정보는 미주시장 동향에 그쳤으며 어떠한 기술정보 등도 전혀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뇌물'이 아닌 일정한 현금을 건넨 사실은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 간부에게 건네 준 것이 아니라 애플과의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던 금액을 전달한 것이었다"면서 "또 외신보도처럼 부인 계좌로 송금한 것이 아니라 애플 측에 현금으로 건넸다. 아마도 애플 관계자가 중간에서 이 금액을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59년 설립된 이어폰-헤드폰 제조업체인 크레신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세계적인 음향기기 전문기업으로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홍콩 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