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간담회서 인식변화와 사회적 책임 강조"중소기업 사람 얘기 들어봤느냐? 인식 바꿔야 한다"
  • "기업 총수는 대부분 그런 생각 안할 것 같은데 밑에 가면 실적을 올려야 되니까 그렇게 (불공정 관행을) 한다더라"

    13일 오전 이건희 삼성 회장 등 12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고자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이미 지난 8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모두 청취한 상태였다. 대기업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은 양측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연합뉴스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식 변화의 필요성에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일자리 창출을 요구했다. 집권 초 부터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우며 대기업들에게 불편한 규제를 풀어준 이 대통령인데 정작 대기업들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불만을 정부는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일자리(실업률)가 통계상 8%나 된다. 실제로는 더 된다"며 "스페인은 (실업률이) 40% 넘는다고 걱정이 많다고 하고 다른 유럽도 물론 걱정이다.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와 비교하면 통계상 낫지만,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매우 더디게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식 변화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해서 돈 버는 기업의 어떤 사람들은 자기네 때문에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생각은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힘 있는 사람, 가진 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 사람 얘기 들어봤느냐"고도 물었다.

    이어 "모든 걸 규정이나 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의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의욕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그래서 인식을 한 번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현장 방문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게도 이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이) 현장에 가본 일은 드물 것"이라며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현장의 인간적인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불공정한 법이 있다면 고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 발언 전문]

    오늘 고맙다. 아침 일찍 바쁜데 참여해 줘서 고맙다.

    먼저 작년 2008년 하반기 시작한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잘해 주었다. 높이 평가한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어려운 가운데 세계 방방곡곡에 나가서 했고, 나 자신도 해외 가는 곳마다 아주 흐뭇했다.

    먼저 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들께서 정말 애를 많이 썼다. 정부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수행해서 우리가 모두 잘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신속한 재정 지출을 했고, 또 중소기업의 금융 수출 보험에 대한 것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과감하게 집행했다. 또 일부 근로자도 상생에 참여해서 기업과 근로자 일자리 나누기, ‘잡 셰어링’이라는 용어 나왔다. 일자리 지키는 데 여러분이 많이 애 써 주셨다. 외국에서 한국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오늘은 여러분께 부탁의 말이 있다. 경제 회복이 되면서 지금 정부가 가장 고충을 느끼는 것은 우선 서민들의 일자리가 창출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자리(실업률)가 통계상 8%된다. 실제로는 더 된다. 물론 그 가운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계층, 대기하는 사람도 있다. 중소기업에 안 가고 대기업만 가겠다는 사람, 고시공부하는 사람들 있지만,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좋다. 스페인은 (실업률이) 40% 넘는다고 정말 걱정 많다고 한다. 다른 유럽도 물론 걱정이다.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와 비교하면 통계상 낫지만,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매우 더디게 되고 있다.

    그리고 서민들이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가끔 시장에 간다. 시장가면서 이런 생각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좌판에서 장사하는 사람 만나는 거 없다. 과연 좋은 건지 어떤지. 물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만, 나가면 확실히 장사 안 되는 거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또 서민층이 한편 감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난번 과일값, 야채값 오른다고 해서 도매상 가 봤더니 사람들이 와서 사려다가 못 사고 가더라. 그런데 거기에 도매상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43년 노점상 하다가 1년 전에 거기에서 시작했는데, 가설 가게다. 그걸 얻어 장사하는 분이, 자기가 1년 전에 그래도 가게 하나 얻었다, 장사 안 된다고 하면서, 자기는 일수도 쓰고 별 짓을 다했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있다고 내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거다. 한 3백미터 갔다. 이 분은 70대고 그 분은 4, 50대인데, (4, 50대분은) 10년을 장사했는데, “남편 죽고 참 어렵다, 이 사람이 더 어렵다하면서 위로해 주라” 하고 갔다.

    나는 혹시 미소금융도 있고 해서 일수 쓰고 있으면 바꿔 줄까 해서 도와줄 게 뭐냐 물어봤다. 그러니까 다짜고짜 울면서 나는 구멍가게라도 어렵지만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그러니까 나라 경제가 더 잘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70대 할머니는 자기보다 힘든 사람 도와 달라고 하고 이 사람은 자기는 버틸만 하다고 하고 못한 사람 도와 달라는 거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그 두 분 보면서, 자기는 버텨나갈 만하다, 더 못한 사람 도와 달라 얘기한 데서 그 두 분 하루 종일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가 대기업이 열심히 해서 수출이 되니까 수출 기업은 좀 잘 되고 중소기업은 내수가 안 좋고 하니까 이런 사람도 다 안 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잘 되는데, 잘사는 사람과 서민들의 생활이 개선이 안 되고,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 벌어지는 데, 격차 벌어지는 게 잘사는 사람 때문에 못 사는 사람이 못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 안 되는 건 사실이다. 가난은 나라도 어쩔 수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격차가 벌어지면 사회가 갈등이 심해지고 기업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열심히 해서 돈 버는 기업의 어떤 사람들은 자기네 때문에 잘 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생각은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상대를 살피고 이해하고, (야채가게) 할머니가 못한 사람 도와달라고 하면서, 서민도 생각하는 데 우리 사회가, 힘 있는 사람, 가진 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된다.

    40대 중소기업 하는 분이 얘기하더라. 시제품 개발해서 대기업 납품하려할 때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을 자기가 생산 개발해서 납품하려는데 설명할 기회를 갖기 힘들다. 대기업 문턱이 높아서 담당자와 얘기할 기회를 안 주더라. 그래서 물어봤다. 전에 뭐했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대기업 관두고 나와서 중소기업 하고 있다고 하더라. 문턱 높다는 회사가 어디냐고 했더니 자기가 있던 그 회사라는 거다. 그러니 할 말이 없잖아. 자기가 거기 있을 때는 문턱이 높은 줄 몰랐다, 막상 나와 보니까 문턱이 높더라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통상적 업무지만 약자 쪽에서 보면 상당히 큰 벽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대기업들이 상생한다 해서 여러 가지 하고 있고,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또 하는 나라 별로 없을 거다.

    그렇지만 어떤 문제가 있냐. 내 생각에는 대기업이 잘 하려고 애쓰면서도, 중소기업 사람 얘기 들어봤어요. 기업 총수는 대부분 그런 생각 안할 거 같은데 밑에 가면 실적을 올려야 되니까 그렇게 한다더라. 그래서 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동반성장하자고 하지만 모든 걸 규정이나 법으로 하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정도까지는 필요한 거는 하겠지만. 나는 그걸 가지고 대기업, 중소기업 동반 성장하는데 강제로 규정으로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기업의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의욕을 낮출 수 있다. 그래서 인식을 한번 바꿔 보자. 인식을 바꿔서 기업 문화를 바꿔보자. 아무리 총수가 그렇게 생각해도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잘 하고 계시지만 기업 문화를 보다 좀 전향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럼 우리 사회가, 결국 대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우리 대기업 이미지도 국가에 기여하는 거에 비해선 우리 사회가 너무 인색하다. 그러나 인식을 바꾸려면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하고 있다.

    요즘 공정 사회라고 하고 있지만 새삼스럽게 공정 사회라기보다는, 과거에 물론 문제 있었지만, 나도 선거 때 공정 사회 얘기해 왔던 사람이고, 요즘 우리 사회가 불공정이 많다. 외교부 특채 뽑는 데에 문제도 있었지만, 여러 곳의 불평등 바꿔보자. 그래야 선진사회 되지 않겠냐. 경제는 잘해서 올라가고 있지만, 법질서도 이렇게 안 지켜지는데 어떻게 일류국가 되겠나.

    나는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그런 생각 전혀 없다. 나는 정치에 무슨 생각 갖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아직도 생각하면 기업 마인드지 무슨 정치 마인드 아니다. 공정 사회가 사정과 연결되는 거 아니냐는데 나는 그런 생각 추호도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공정사회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하는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공정한 사회에 걸맞느냐, 공정한 거래냐,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한번쯤 오랫동안의 관행을 검토해 봐야 한다. 공정한 사회에 걸맞는 것이냐 하는 것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지, 저는 그런 생각 추호도 없다.

    기업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이어야 발전하는 거다. 그래야 일자리도 나오고 서민이 잘 사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중심이 대기업이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가 친기업적이 아닌 나라가 어딨느냐. 공산주의 국가도 친기업적이다. 나는 그 점은 당연하다고 본다.

    일자리 창출이 대기업만 가지고는 좋은 일자리, 많은 일자리 만들 수 없다. 좋은 일자리는 만들 수 있겠지만 많은 일자리는 만들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 통해서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자. 중소기업은 99. 88(구구팔팔)해서 99% 기업숫자는 많고, 88%라고 하지 않나?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해서 일자리 창출해야 그게 일자리가 서민 정책 아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의견 있으시면 자유스럽게 얘기해 주시면 좋겠다.

    아무튼 오늘은 어려운데 수고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공정사회 다시 한 번 점검하자는 뜻에서 시간을 가졌다. 와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