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윤정(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산수(山水)’! 이 명쾌한 단어 속에는 자연을 해석하는 조상들의 이치가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다. 음양의 조화에서 ‘산’은 정적 요소를, ‘수’는 동적 요소를 구성하여 고요하여 인자한 숲과 더불어 역동적이고 지혜로운 물이 꿈틀대는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이상향이다.

  • 우리나라는 60, 70년대의 대대적인 산림녹화운동을 통해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림부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강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상처받고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 강을 살리지 않고서는 우리의 자연이 완성될 수 없다.

    강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된 예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독일의 라인강, 영국의 템즈강, 파리의 센강,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동경하는 세계적인 강들이다. 그러나 영화 ‘셜록 홈즈’에서 그려지는 템즈강이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그려지는 센강의 오염되고 불결한 강변 풍경을 떠올리면 지금의 강이 자연 그 자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유럽 강들은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강의 생명이 심각한 위기를 겪었으나 국가의 대대적인 강 정비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인도의 갠지즈강, 캄보디아, 베트남의 메콩강, 이집트의 나일강, 그들의 과거는 찬란했으나 현재는 오염되고 파괴된 강의 전형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경험이 있다. 1950년대에서 60년대의 한강은 목욕을 할 만큼 깨끗한 강이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한강의 오염은 겨울에도 물이 얼지 못할 정도가 되었으며 도시의 증가한 물 수요는 하천 바닥을 아예 드러나게 할 만큼 물 부족을 심화시켰다. 반면에 여름이면 집중호우로 인해 오염된 물이 강을 넘어 도심으로 흘러들곤 했다.

    그러나 1982년 시작된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한강은 말 그대로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바닥에 쌓인 퇴적토를 걷어내어 홍수방어력을 키우고, 수중보를 설치하여 수량을 확보하고, 수질개선사업을 통해 2급수 이상의 맑은 물을 확보함에 따라 한강은 사람과 생물 모두에게 행복한 강이 되었다. 어류의 종수와 개체수가 늘어났으며, 강변의 습지에는 도요새가 종종거린다.

    여름 수상스포츠의 메카,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버드나무 둔치 공원, 갈대 흐드러진 가을 강변, 한강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사시사철 풍부한 물은 도시의 풍성함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탄천, 안양천, 울산 태화강, 서울 양재천, 대구 신천, 모두가 인간의 노력으로 살아난 강들이다. 그 혜택은 강 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또한 함께 누린다.

    불행히도 많은 강이나 하천들은 여전히 오염과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역의 사람들은 강이 베푸는 혜택은 고사하고 홍수나 가뭄, 오염과 같은 고통을 받는다. 강의 과거는 분명 존재하는데, 강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현재의 몫이다. 오늘날 강은 온전한 자연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더욱이 우리는 강을 떠나 살 수 없다.

    물론 80년대식의 강 개발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 있다. 수로를 콘크리트 호안으로 만든 것은 지금의 가치 기준으로서는 부정적이다. 일부 수질이 걱정되는 구간도 있다. 그래서 강에 대한 인간의 손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술과 의식은 진보한다. 강을 시멘트로 바르고 직선화하는 강 정비는 이미 죽은 방식임을 알고 있으며, 강을 생태적 공간으로 보는 의식 역시 진화했다.

    진보된 기술과 의식으로 다시 태어날 우리 강을 상상해 보라. 토사로 헐떡거리는 강 대신 물길 넘실대는 강을 상상해 보라. 썩은 물에서 숨을 헐떡이는 물고기 대신 짙은 강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상상하라. 가을이면 강바람에 울어대는 갈대 소리를 상상하라.

    낙동강에서, 영산강에서 금강에서 강과 더불어 행복할 사람을 상상하라. 그 상상을 실현하는 일이 바로 지금의 강 살리기 사업이다. 이미 공정률 50%를 넘긴 사업의 현장에 서면 이 사업이 결코 운하나 댐 건설 사업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산수’를 완성할 우리 강의 행복한 미래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