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 칼럼>

     

    배추 값이 폭등하면서 진풍경이 벌어지고 온갖 괴담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은 유난히 비와 태풍이 잦았던 지난 여름 기후상황 등은 제쳐두고 4대강 사업을 들먹이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탓이란 주장이다. 갑자기 배추밭이 야당의 정치무대로 변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중국산 배추를 긴급 도입키로 했으나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형 배추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의 김치 생산업체들이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있어 따로 사들일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국내 배추 값이 폭등한 시기에 맞춰 수입업자들 간 과당경쟁을 벌여 현지에서조차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배추를 시중가보다 싸게 공급하자 새벽부터 배추를 사려는 주부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것도 두어 시간 만에 동이나 많은 주부들이 허탈한 마음으로 발을 돌려야 했고 배추 세 포기를 받은 주부들은 로또에라도 당첨된 듯 기뻐했다.

    김장용 고랭지 배추가 본격 출하되기까지는 당분간 ‘배추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중국산 배추가 시중에 풀리면 가격 안정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국산 배추와 관련된 괴담이 문제다.

    분뇨를 거름으로 주어 중국산 배추를 먹으려면 구충제도 함께 먹어야 한다거나, 잔류 농약이 기준치의 몇 십 배나 된다는 등의 괴담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중국산이면 무조건 품질이 떨어지고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그대로 중국산 배추로 옮겨진 느낌이다.

    그럼 중국산 배추, 중국산 김치는 안심하고 먹을 만한가. 식품업계의 대답은 “그렇다”다.

    농림수산식품부 측도 “검역과정에서 잔류 농약과 병충해 검사를 하므로 통관된 중국산 배추는 위생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재배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하기 때문에 품질이나 위생상 국내산 배추나 김치와 큰 차이가 없다고 장담한다. 기생충알이나 금지 식품첨가물 검출로 중국산 김치가 수입과정에서 폐기처분된 예가 있으나 이는 그만큼 검역 등 통관과정이 엄격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옥션이나 G마켓 같은 대형 인터넷 유통업체나 롯데마트 같은 데서 중국산 김치를 팔 수 있겠습니까? 이미 우리 식탁은 중국산 김치에 상당부분 점령됐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중국산에 대한 진실과 오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중국산(Made in China)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수입업자들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공급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기업들은 철저한 위생관리와 품질보장을 최우선시해 높은 가격을 마다않는데 한국 기업들은 무조건 싼 것을 찾다 보니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의 생산기지로 부상한 중국은 품질이 다양한 제품이 공존하는 나라다. ‘중국산은 별로’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진 것은 한국 수입업체들이 가격만 따져 저가 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수입해가는 데 문제는 수입해가는 측의 요구수준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본에 수출되는 상품의 경우 일본 본사에서 직접 검수관이 나와 품질관리를 해서 최상품을 가져가는데 한국은 그런 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싼 것만 찾으니 품질이 낮은 상품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헤이륭장성 일대의 대평원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조선족 가이드가 한 말이 기억난다. “농토가 워낙 넓어 곡물이나 채소를 심어놓고도 농약 같은 것은 뿌릴 엄두도 내지 못한다. 벌레가 있으면 있는 대로 키워 수확하는 과정만 있어 완전 무공해 농작물인 셈이다.”

    영광굴비와 중국산 굴비의 구별이 무의미하듯 배추나 김치도 중국산이냐 국산이냐의 구별이 무의미한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방민준/ 뉴데일리 부사장,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