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주주체제방식 민영화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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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 전선에 `빨간불'이 커졌다.
우리금융을 인수하는데 강력한 우군으로 꼽히던 하나금융의 1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하나금융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구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 우리금융 인수전 차질 빚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주가는 테마섹이 하나금융 보유 지분 9.6%를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에 이날 5% 이상 하락하고 있으며 우리금융 주가도 2% 넘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테마섹의 투자금 회수로 인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하나금융은 연기금이나 외국계 투자자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57% 중 일부를 사들이고 나머지 지분(약 30%)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런 점에서 테마섹은 하나금융의 자금줄 1순위로 꼽혀왔다. 실제 하나금융은 그동안 테마섹 등에 추가 투자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다른 주주도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종전 2대 주주로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GS Dejakoo(지분율 8.66%)는 테마섹의 지분 매각으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외에 국민연금과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하나금융 지분을 각각 8.19%와 7.31% 보유하고 있다.
이중 골드만삭스는 국내 은행들로부터 차입해 하나금융 지분에 투자했으나 차입금의 만기가 지난 7월로 이미 지났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대 주주가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계획 등에 대해 다른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하나금융은 대주주 이탈 등으로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증자를 하거나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런 계획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형 M&A가 추진되기에는 하나금융의 주주 구성이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구도 어떻게 되나
우리금융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과점 주주체제 방식의 민영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고 예금보험공사가 이달 말 매각 공고를 하면 투자자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만약 테마섹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 자금을 더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들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독자적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하나금융이 빠지면 경쟁 구도 자체가 안돼 민영화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이런 시각을 일축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번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우리금융) 합병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최대 주주가 변경되더라도 그룹의 전략 등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테마섹은 언제든 차익을 올릴 목적으로 지분을 팔고 떠날 수 있지만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여서 그간 회사 경영 등에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지분을 팔고 나가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