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11% 폭락에 반도체지수 하루 만에 5%↓오라클 데이터센터 지연, AI 인프라 기대치 급후퇴엔비디아·AMD·마이크론 동반 급락 … 차익 실현 본격화‘AI 붕괴’ 아닌 선별 국면…수익성 검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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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를 주도해온 인공지능(AI) 랠리가 이틀 연속 충격에 흔들렸다.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에 이어 브로드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 인프라 전반에 대한 경계심리가 급격히 확산됐다. 반도체 지수를 중심으로 기술주 전반이 급락하며 ‘AI 피로감’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에 따라 당장 내주 월요일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들이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블랙 먼데이'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69% 하락했다. S&P500은 1.07%, 다우지수는 0.51% 떨어지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하루 만에 5.10% 급락해 약 두 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핵심 종목들이 일제히 무너지면서 기술주 매도세가 집중됐다.직격탄은 브로드컴이었다. 브로드컴은 분기 실적과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이익률 둔화와 AI 사업의 중장기 수익성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11.43% 폭락했다. 이에 엔비디아(-3.27%), AMD(-4.81%), 마이크론(-6.70%), 인텔(-4.30%), 마벨(-5.60%), TSMC(-4.20%)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동반 급락했다. AI 반도체 강세를 이끌어온 종목들이 하루 만에 대거 후퇴한 셈이다.전날 오라클 주가가 11% 넘게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4%대 하락을 이어간 점은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오픈AI를 위한 데이터센터 일부 프로젝트 완공 시점이 2028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당초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AI 연산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막대한 자본지출 대비 수익 회수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재차 부각된 것이다.AI 투자 조정은 전력·에너지 관련 종목으로도 번졌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수혜주로 꼽혀온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6% 넘게 하락했고, GE 버노바와 커민스 등도 2~4%대 낙폭을 기록했다. AI 생태계 전반에서 기대치가 한 단계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위험자산 전반의 조정은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한때 9만 달러 선이 무너지며 8만 9000달러대까지 밀렸고, 이더리움은 4% 넘게 급락하며 3000달러 붕괴를 위협받았다. 기술주 조정과 맞물린 전형적인 위험회피 흐름이다.여기에 미 국채 장기금리 상승도 부담을 키웠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5bp 이상 오르며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I주 중심의 고밸류에이션 종목에 불리한 금리 환경이 다시 조성되면서 차익 실현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AI 붕괴'보다는 랠리 이후의 조정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번 급락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4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자금은 기술주에서 빠져나오며 금융·헬스케어·산업재 등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측됐다.월가에서는 "AI가 끝난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 기대가 끝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보다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 기업만 살아남는 국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대규모 자본 지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 분산 투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AI에 노출됐는가보다 실제 계약 물량과 수익 인식 시점이 명확한 기업만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속도와 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