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소유 우리은행서 집중지원, 정-관계 로비의혹 줄이어조선업 불황에 발목...막대한 공적자금, 국민혈세 날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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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식 인수합병(M&A)과 사업확장으로 몸집을 키우다 공중분해된 C&그룹은 주로 은행권 대출과 주력 상장계열사를 통해 소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병석(49) 회장이 1990년 세운 칠산해운이란 무명의 해운업체에서 출발한 C&그룹(옛 쎄븐마운틴그룹)은 2002년 세양선박(C&상선), 2004년 진도(C&중공업), 우방(C&우방), 2006년 아남건설(C&우방ENC) 등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급성장했다.
C&그룹 임원을 지낸 A씨는 22일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한때 'M&A의 귀재'란 평가를 받았던 임 회장의 무리한 사업확장은 내부 반대도 있었지만 금융권의 자금 지원과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C&그룹에 대한 금융권 전체 여신 규모는 주력 계열사인 C&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2008년 10월 말 1조3천52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대부분 회수 불능의 부실채권으로 전락해 손실로 처리됐다.
당시 여신 규모가 2천274억원으로 가장 컸던 우리은행은 주거래은행답게 일반 대출과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통해 가장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했으며, 농협(1천586억원), 외환은행(441억원), 신한은행(439억원), 대구은행(211억원) 등도 사업자금을 댔다.
이들 은행에 과거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규모의 국민 혈세가 날아간 것이다.
이 같은 지원 속에 C&그룹은 한 회사를 인수하면 그 회사의 자산을 이용해 다음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계속 불렸다. 당시 상장 계열사였던 C&우방, C&상선, C&중공업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해 그룹 전체에 자금을 대는 창구 역할을 했다.
사업확장 과정에 C&그룹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은행 등은 정부 소유인 만큼 특혜에 가까운 자금 지원에는 정치권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C&그룹은 그러나 2006년 뒤늦게 진출한 조선산업 경기가 꺾이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A씨는 "약 2천억원의 시설자금이 소요되는 목포 조선소 건설에 뛰어들면서 각 계열사에서 1천억원을 끌어모았으나 우리은행 등 금융권이 약속했던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결국 조선산업을 이끌던 C&중공업은 사업 진출 2년만에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이듬해인 2009년 1월 퇴출 선고를 받았으며, 무리한 출자를 한 계열사들은 자금경색 속에 도미노식으로 붕괴됐다.
A씨는 "정권이 바뀌고 금융권 인사들이 물갈이되면서 은행들의 자금 지원도 끊겼다"며 C&그룹이 몰락하게 된 결정적 사유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