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임박” 타전했다 ‘대국민 연설’서 뒤집혀
  • 이집트 사태와 관련,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무더기 오보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집트 언론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무바라크가 대국민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지자 ‘무바라크 사퇴 임박’을 긴급 타전했다.

    그러나 대국민연설에서 무바라크는 즉각적인 퇴임을 거부한 채 점진적으로 오마르 술래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혀 언론들은 무더기 오보사태를 빚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무바라크가 대국민 연설을 하기 직전까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퇴진이 임박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할 수 있다”면서 곧 모든 상황이 분명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의 알 아라비야 TV는 이 인터뷰를 인용해 “샤피크 총리가 무바라크 대통령이 곧 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NDP)의 호삼 바르다위 사무총장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언급,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AP 통신은 이집트 군과 집권당 간부들의 말을 인용,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최고 사령관인 무바라크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연 뒤 국영TV에 "국민의 적법한 요구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CNN과 BBC 등 주요 외신들도 모두 무바라크의 사퇴 발표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리언 파네타 국장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 중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하면서 힘을 얻는 듯했다.

    파네타 국장은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밤안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말했다. 파네타 국장은 이집트 상황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여러분들이 입수한 것과 같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중요 정보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미 CIA국장이 이런 언급을 했으니 언론들은 무바라크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는 오보가 되고 말았다.

    아무리 영향력 있는 언론이라 해도 진실에 접근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