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K를 안보면 죽는다" 
    부지영/ 전 조선일보 동경특파원

     "NHK를 안보면 죽는다" 17일 일본의 각종 인터넷과 트윗등 SNS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글의 제목이다.

    말이 별로 필요 없다. 화면부터 보자.

     원제 'NHKを見ないと死ぬ' 地震発生時の各局

    /'NHK를 안보면 죽는다' 지진 발생시의 각(방송)국

      http://bit.ly/dEKoU4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은 한국도 같이 쓰고 있는

    동경 표준시각으로 3월 11일 14시 46분 쯤.

    NHK가 먼저 방송을 송출하지만 CF 즉 선전이 많은 다른 민간방송(민방)들은

    계속 선전과 드라마, 혹은 지방 장터를 소개하는 지역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한 민방의 경우는 마침 한국의 유명 남녀 탈렌트가 나오는 드라마를 계속 비추고 있다. 

    겨우 한 민방이 NHK를 따라서 지진 속보를 개시한 것이 무려 약 4분후.

    이 화면에서 가장 마지막에 지진속보를 내보낸 한 지방 방송은 무려 7분여가 지난다음에

    지진 속보 방송을 따라오고 있다.

     
    최초의 '2백40초'.....

    이 '2백40초'에 약 1만 7천여명이상(17일 정오현재 사망-실종 기준 NHK)의

    생사가 엇갈린 것이다. 

    17일 정오 현재 NHK 집계로 확인된 사망자는 5천여명을 초과했고, 경찰에 정식으로 실종 신고가

    접수된 기준으로만 실종자가 9천여명에 달해 공식통계만으로도 사망-실종자가 1만4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추정치 1만7천명에서 실제 확인치 1만 4천여명을 뺀 나머지 3천명 정도가, 소위 상주인구 기준으로 대피소등에서

    확인되지 않는 '추정 실종자'로 이들은 솔직히 지진 발생 만6일이 지나는 17일 오후 현재까지도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그저 '짐작'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만, 10만이상등등의 숫자는 지금 현재로서는 오보일 가능성이 많지만

    어쨋든 이 '수많은' 인명이 졸지에 생사가 갈려버린 '운명의 2백40초'인 것이다. 

     

    이 화면 밑에는 보충설명이 따로 없다.

    화면 자료를 올린 이도 더이상 할 말이 없고

    그 뒤에 댓글을 단 네티즌들만, "이것을 보니 실상을 확실히 알수 있다"고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건에 관한 한 좌익(左翼)도 우익(友翼)도 없다. 그저 인간에 대한 연민뿐" (日 네티즌)

    그러니 자연 민간방송들과 오보를 양산하고 있는 각종 국내외 매스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세계를 도는 글로벌 미디어의 특성상, 이같은 반응은 '바로 바로''즉각 즉각' 이뤄진다.

    '힘내라 일본, 힘내라 동북'이라는 슬로건을 건 한 영지(英紙)의 제목에 대해선,

    남녀노소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 한다.

    반면, 일본의 현실과 실제상황이 그렇지 않은데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낸 것에 대해서는

    이젠 국경과 좌우를 떠나 비난 또한 날카롭기 짝이 없다.

     

    "한국? 돈을 부친다고? 우리가 지금 돈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엉망인 한국언론과 매스컴들 보도나 제대로 해라.

    이제 일본이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회수하면 제일먼저 한국 발등에 불이 될 것. '남조선' (한국을 비하할때 쓰는 표현)

    어디 두고 보자" (日 네티즌)

    실제로 고베 지진이후 한국이 IMF에 간 것을, '몇년의 시차(時差)'로만 보면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고베지진이 있었던 것이 95년 1월 13일. 이때도 약6천여백명의 사망자를 낳은 큰 지진으로 23년 관동 대지진 이후

    최대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주택 전파 104,906채등 재산피해도 10조엔(당시 일본 GDP의 2.5%에 해당)에 달하는 큰 재앙이었지만, 

    10년이 넘게 걸리리라던 이 고베지역의 부흥에는 약 2~3년 정도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대신 그이후 나빠진 국제금융시장의

    압박으로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에 자금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1997년 12월 3일.

    정확히 그 '만 3년의 시간'은 시공간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과연 '우연'일까.

     

    "자위대와 현재의 소방능력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미군이 안도와주어도 되는데, 왜 이렇게

    큰 난리인 것처럼 떠드나. 외국 언론들의 오보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하자. 특히 한국 보도는 뭔가.

    이번 기회에 우리돈 다 회수하자..." (") 

    "이번 기회에 한국어를 배워야 겠다. 왜냐고? 도대체 오보가 많다는데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으로 여기 이야기를 잘못 쓰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다. 그대로 갚으려면 알아야 갚지 않겠나. " (") 

     

    이것이 지금 현재 리얼타임으로 일본과 일본어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들의 심중(心中), 그에 대한

    진짜 '라이브 생중계'의 실상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네티즌들은 정말로 희한하다. 자신들이 어떤 족쇄와 구업(口業)을 지금 만들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현지나 혹은 오사카 교토등 관서지방에서조차 한마디 없는 '방사능낙진'의 이야기로 17일 오후까지도

    요오드 사재기가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가  하면, 정작 지진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가족과 주택등 전재산을 날리고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고 있는 희생자들에게 이들을 '사람으로도 보지 않는 듯한' 멘트를 일어로까지

    번역해 트윗을 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등, 정말 말도 안되는 무례한 일을 그냥  버젓이 벌이고 있다.

    지금 걱정할 것은, 오사카나 고베에서조차 걱정하지 않는 '방사능 낙진'이런 수준의 것이 아니다.

    "이번 지진과 관련되서 아주 쉽게 '무식한 사람'을 구별하는 법.

    1. '체르노빌' 운운하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공부 부족

    2. '방사능'이라는 단어를 쓰면 일단 공부 부족

    3. Sv (시벨트)와 Sv/h(시벨트 퍼아워, 시간당 시벨트)를 헷갈리는 사람도 '거리'와 '속도' 구분이 안되는 사람"(日 네티즌 트윗)

    그보다 더 큰 '진짜위기'가 이번 지진으로 '한-일간'에 오고 있다.

     
    NHK 일본 공영 방송에 대한, 한국 매스컴의 보도나 네티즌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일 정부와 언론, 쉬쉬하다가 문제키워'라고 연일 일본 정부의 대응과 NHK의 '침착한 보도'를 내리깔거나

    아니면 NHK를 KBS, MBC, SBS등 한국 매스컴과 비교해서 추켜세우지만, 그 표현 또한 정확하지 않고 오류인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광대한 지면을 가진 일부 전국지 신문의 대표 칼럼에서조차 이런 사실과 다른 표현들이 그대로 전재되고 있다.

    분명히 밝히지만, NHK는 이번 지진에서 유가족을 비치지 않거나 인터뷰 하지 않는다는 일부 잘못된 내용과는

    전혀 달리, 희생자가 너무도 많았기에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한풀이 방송'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황무지가 된 피해지에 와서 그래도 가족들의 흔적 사진 한장이라도 찾으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

    부인이 아이를 출산할 시점에 조차, 현장을 지키고 환자들을 돌보다가  고립되어 죽을 뻔 했다가

    헬기로 구출된 한 의사 가족의 극적 상봉이야기....이런 것들이 16일 밤 NHK 시청자들을 울린 감동의 이야기들중 하나다. 

     

    일본인들의 또 하나의 특징 하나.

     "절대로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T.T" (한국의 성금, 특히 '욘사마' 배용준의 거액 출연에 대해 한 네티즌의 인사)

    우리는 뭐든 쉬 잊지만, 일본인들은 은원(恩怨)을 평생 새기고 산다. 오죽하면 '한푼(이치몬 一文)귀신'이라는 말까지 있겠나.

    일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귀신중의 하나로, 동전 한닢을 안 갚으면 후생에까지 찾아가서 "내 돈 내놔라""내 돈 내놔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외국인들이 보면 째째해 보일 정도로, 일본인들이 1엔까지 식당에서 '더치 페이'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5천엔짜리 식사를 사면, 다음엔 정확히 5천엔 내외의 식사나 선물로 보답한다. 그게 이들의 '바탕'이다.

    째째해서가 아니라 '신세지기 싫고 그래서 남에게 폐를 안끼치려는 것'이다.

    '은혜'도 이렇게 정말 안 잊지만, 반대로  '원한'은 정말로 뼈에 새긴다.

    순간에 목숨이 좌우되는 오랜 전국시대 때부터의 사활(死活)의 전통에,

    국민대부분이 신도(神道)와 만난 실제적인 생활불교의 나라이기에 더욱,

    이 '카르마'의 법칙은 너무도 분명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것이 진짜 일본이고 일본인이다.

     

    대체 '고베 지진'과 '한국의 IMF'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그 이전에 어디서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러나 이것이 바로 '사실'이고 '진실'이다. 다만 '모르고 있을 뿐', 혹은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고 진실과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게 바로 '카르마(KARMA)'다.

    그래서 '말하지 않고 조용한 카르마'가 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 어쩌면 더욱더 몇차원 더

    무서운 것일 수 있다.

     

    한국의 언론이나 네티즌들이나 지금,

    무심코 혹은 장난으로

    혹은 몰라서,

    혹은 알면서도 또다른 여러가지 이유에서,

    대체 얼마나 큰 카르마와 업보를 어떻게 쌓고 있는지...

     

    일본인들이 NHK를 보는 진짜 이유. 그건 이처럼 'NHK를 안보면 죽으니까'이다.

    여야니, 자민 민주 지지....이런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베 지진때 6천4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불과 15초였다.

    '4분...2백40초'면 고베 지진이 약16번 일어날 수 있는, 인명으로 따지면

    약 10만명이 사느냐 죽느냐는 생사가 엇갈리는 '길도도 긴 시간'이다.

    '만무일실입자생 유지무지분별시 萬無一失入者生有智無智分別時

    '라는 예언서의 한구절처럼 알면 살고 모르면 죽는 그런 중요한 시간이다.

    이번 지진에서도 미리 방송을 보고듣고 뒤를 덮쳐오는 쓰나미를 피해

    언덕으로 뛰어 올라가서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 생존자들이었다. 

     

    'NHK를 안보면 죽는다'

    우리에게 적용하면 무엇이 될까.

     

    고베지진때엔  IMF 구제금융이었지만, 이번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그 '카르마의 칼날'은

    대체 무엇이 될지 너무도 걱정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