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금융감독원을 방문한 배경을 두고 무성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방문 자체가 워낙 전격적이었던 데다 금감원을 질책하는 이 대통령의 분노가 서릿발 같았기 때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배경은 이렇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른 아침 출근하자마자 금감원 방문의사를 김대기 경제수석 등 관련 수석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직접 가서 강력한 의지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의지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 동안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관련 건에 대해 검찰 조사, 금감원 부실감독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아 왔던 터였다. 더는 두고 볼 수 없고, 이대로 둬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참모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
방문 목적은 부산저축은행 잘못에 대한 엄중처벌과 금감원 개혁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길래 방문 자리에서 금감원이 급히 마련한 몇 가지 개혁방안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태스크 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금감원의 자체 개혁 방안도 나름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그걸로는 턱 없다는 판단의 우회적 표현이다. 이 대통령의 구상은 제3자적인 관점에서 더 강도 높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하지 않느냐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하는 T/F를 이른 시일 내에 구성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관계 부처 및 외부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과 개선 대책을 만들 임무를 띠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금감원에 머문 시간은 25분 가량이었다.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방문에, 충격적일 만큼의 강도로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3월과 2009년 4월에도 서울 여의도 소재 금감원을 찾았다. 첫 방문 때는 업무보고를 받았고 두 번째에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모두 금융과 연관된 포괄적인 업무 관련 방문이었다.
‘강한 질책과 조직 개혁’이라는 단선의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금감원을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