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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 등 제주지역 천주교 성지명소를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개발된다.
제주도는 한국 천주교사에 의미가 큰 도내 유적지를 활용, 관광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천주교 성지순례 관광상품 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매년 해외에 8천명 등 약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순례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상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신앙심을 돈독히 하는 여행행태를 보여 제주관광의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순례길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안드레아 김대건(1822-1846)이 1845년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귀국하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 해안에 표착, 고국에서의 첫 미사를 봉헌한 제주시 한경면 용수성지 등 천주교 제주교구가 지정한 7개 유적지를 중심으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김 신부의 편지사본을 비롯해 제주 천주교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된 기념관과 성당이 들어서 있고, 김 신부가 타고온 목선인 '라파엘호'가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돼 눈길을 끈다.
다산 정약용의 조카로 제주 모슬포에서 37년 동안 신앙을 지키며 노비로 살다가 66세(1838년)에 세상을 떠나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의 증인'으로 존경하는 정난주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 1901년 이재수의 난(일명 신축교란) 당시 순교한 신자와 제주교구 성직자의 안식처인 황사평성지가 있다.
또 1960년대 목축을 통해 가난 극복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한 이시돌목장 내 기도와 묵상 공간인 '은총의 동산', 제주의 첫 천주교 신자이자 순교자인 김기량의 순교현양비 등도 포함된다.
순례길은 이재수의 난 때 수많은 교인과 양민이 희생된 관덕정과 정난주의 아들인 황경안 묘가 있는 추자도에도 이어진다.
제주도는 우선 내달까지 3천500만원을 들여 제주도관광공사와 함께 자원 조사와 사례 수집, 관광코스 개발, 네이밍 및 스토리텔링 작업, 관광객 편의시설 확충, 운영주체 선정, 마케팅방안 연구 등을 진행한다.
6일에는 여행업체, 천주교 관계자, 향토사학자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한편 관계자 팸투어, 해설사 양성 등을 통해 순례길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앞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천주교 신자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장인 허승조(바오로) 신부는 "제주는 표류 중에도 믿음을 통한 구원을 의심치 않았던 김 신부가 첫발을 디딘 축복의 땅이어서인지 다른 지역보다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유독 높다"며 "앞으로 신앙인들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많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정훈 제주도 관광정책과장은 "제주올레가 자연을 기반으로 했다면, 천주교 성지 순례길은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관광상품"이라며 "이 순례길이 제주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