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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현직 간부들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수조원대 부실을 눈감아주며 수년간 맺어온 유착관계가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감원 상대 로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검사를 담당하는 현직 간부에게는 `대담하게' 직접 억대 뇌물을 전달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11일 검찰에 구속된 금감원 수석검사역(부국장급) 이모 씨는 2009년 2~3월 25일간 진행된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하면서 1억여원을 받고 각종 부실을 묵인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고객 돈으로 사실상 투기를 한 정황을 검사반원에게서 보고받고도 묵살했으며, 심지어 전산시스템상 자동으로 드러나는 자산건전성 분류 오류마저 못 본 체 했다.
2005~2007년 부산저축은행그룹 검사를 맡았던 금감원 수석조사역 최모씨는 200억원대 대출 알선을 해주고 6천만원을 챙기는 등 `대출 브로커' 노릇까지 하다 지난 6일 구속기소됐다.
반면, 금감원 퇴직자들에게는 억대 연봉을 주고 감사나 사외이사로 채용해 `우리 편'을 만드는 수법을 썼다.
금감원 국장·부국장을 지내고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감사로 채용된 문모(64)씨 등 4명은 여신심사 감독과 대주주·임원의 불법 견제 등 감사 본연의 임무는 제쳐놓은 채 금감원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SPC 불법대출을 일반대출로 위장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감추는 데 동참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들 외에도 비은행 검사업무를 담당했던 이모 씨를 지난 연말 부산2저축은행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퇴직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였다.
마지막으로, 직접 채용하지 않은 퇴직 간부에게는 매월 수백만원의 `월급'을 주면서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지난 13일 검찰이 체포한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 출신 유모 씨는 2007년 퇴직 이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월 300만원씩 모두 2억1천만원을 `꼬박꼬박'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월급(?)'의 대가로 계열은행 검사 때마다 금감원 담당자에게 "세게 하지 말라"며 수위를 낮춰달라고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검사반원 구성이나 검사결과 보고까지 참견하는 등 15차례나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저지른 7조원대 금융비리의 근원이 감독기관과의 유착 관계에 있다고 보고, 유씨 외에 다른 금감원 전·현직 간부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건넨 정황이 있는지, 감사로 채용된 퇴직자들이 로비창구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