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김씨, 작년말 출시 아크 터치 마우스 개발세련된 디자인에 편리성까지…韓서 예약판매 조기종료되기도
  •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년간 고객들을 '기쁘게 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모든 고객들이 윈도로 인해 기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크 터치 마우스(Arc Touch Mouse)'는 그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5월8일자 미 시애틀타임스)
    "한국MS가 아크 터치 마우스에 대한 예약판매를 실시한 결과,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3배나 늘렸는데도 뛰어난 혁신성 등으로 2주만에 모두 팔릴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1월10일자 한국 언론)
    지난해 말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하드웨어 제품인 '조그만' 마우스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초슬림의 혁신적인 접이식 디자인과 스크롤, 클릭, 탭 등의 기능이 터치로 이뤄진 '아크 터치 마우스'.

    특히 소프트웨어업체인 MS에서 이 제품을 처음 고안해 제품화한 디자이너가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화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MS본사 산업디자인팀 부장(Industrial Design Manager)인 영 김(29.한국명 김영수)씨는 5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새 마우스를 만들기 위해 인근 워싱턴대와 주변 식당 등을 다니면서 랩톱을 쓰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마우스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마우스가 크기는 작지만 부피가 두툼해 컴퓨터가방 등에 넣고 다니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것.

    김 씨는 팀원들과 함께 세련된 디자인을 살리면서 휴대성까지 갖춘 제품을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 바로 '접이식'이라고 소개했다.

    평소 초슬림 일자형이어서 가방 등에 넣더라도 전혀 부피감이 없다가 사용할 때만 접어 마우스 모양으로 바뀌는 이 제품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뒤 제품화를 위해 사내 엔지니어팀을 만났더니 이들도 처음에는 놀라워했다고 그는 전했다.

    김 씨는 "디자인에서 제품화까지 1년6개월이 걸렸다"면서 "인체공학 전문가의 조언으로 가장 사용하기 쉬운 각도인 23도로 맞춰진 '접이식' 부분에만 무려 90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제품은 4만 번 이상 구부릴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도 갖췄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마케팅 쪽에서 책정된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었고 중국 현지 공장을 수도 없이 왕복했지만 제품이 완성됐을 때는 '자식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특히 가격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브라질 등지에서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MS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최근 들어 하드웨어, 특히 디자인 부문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직원 9만2천명 중 제품 디자이너는 30명 정도여서 사내 직원 중에도 우리 팀을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팀원들에게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MS 로고를 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디자이너는 우리밖에 없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갖자고 말하곤 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김 씨는 산업디자이너로는 MS 입사 순위가 8번째이며, 현재 사내 2개 팀 중 한팀을 책임지고 있다. 나머지 한팀은 게임콘솔 X박스360팀.

    김 씨의 디자인 철학은 겉모습만 멋진 것이 아니라 편리성까지 갖춘 정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는 "디자인만 예쁘거나 멋지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정말 필요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면서 "아크 터치 마우스만해도 접이식으로 만든 것은 누가 보더라도 편리성을 위한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산업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리는 독일의 소형 가전제품 업체 브라운(BRAUN)의 디터 람스(Dieter Rams)를 꼽았다. 그는 디자인할 때마다 람스가 제시한 10가지 철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민 온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왔으며,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유명 디자인스쿨인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공부했다.

    김씨는 벤츠의 미국 디자인센터 본부장 휴버트 리(한국명 이일환)씨, 도요타의 디자인 디렉터 김진원씨와 함께 공부했다고 전하고 "최근 한국계 디자이너가 세계 산업디자인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디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2년 전에 결혼해 조만간 아이들도 생길 것인 만큼 가족들 간에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집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