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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휴대전화 해킹 파문이 타블로이드 언론처럼 선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WSJ는 20일(현지시각) 수상쩍은 취재 관행에 대한 파문이 갑자기 사회극, 첩보 영화, 익살극으로 가득 찬 첩보물 대가의 작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오브더월드를 보유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WSJ의 이런 보도는 해킹 파문에 대한 뉴스가 불법적인 취재 관행보다는 파문 이후 발생한 부수적 사건과 이에 대한 추측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WSJ는 이번 파문의 선정적 전개에 대한 근거로 머독에 대한 청문회 하루 직전인 지난 18일 템스강 인근 주차장에서 발견된 휴대용 컴퓨터, 같은 날 발생한 해킹 폭로 기자의 사망, 청문회장에서 발생한 머독에 대한 면도 거품 공격 등을 제시했다.
머독의 최측근으로 뉴스오브더월드의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였던 리베카 브룩스의 집 근처 주차장에서 휴대용 컴퓨터 등이 발견되자 일부 언론에서 브룩스가 숨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WSJ는 하지만, 브룩스의 대변인이 컴퓨터는 브룩스의 것이 아니라 그의 남편인 찰리 브룩스의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폭로했던 이 신문의 전 기자 션 호어가 숨진 채 발견되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도 제기됐다.
영국 경찰은 호어의 사망과 관련, "타살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머독에 대한 청문회 당일 한 남성이 면도거품이 담긴 접시로 머독을 공격하려 하자 머독의 부인 웬디 덩이 이 남성의 뺨을 때리며 저지한 사건이 발생하자, 주요 언론들은 머독의 사과 발언과 함께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특히 웬디 덩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또 WSJ는 청문회장 앞에서 "머독의 악의 제국을 없애야 한다"는 시위대의 주장을 전하면서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사람이 머독이 악의 주인으로 보이기보다 거대한 압력에 짓눌리는 80세 노인 이상의 모습으로 보이는 데 놀라고 있고 동정적인 분위기도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로 머독이 소유한 선의 정기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브라이너 배너먼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80세 된 노인이 일어나 사과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신문을 계속 보겠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