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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0일 람보르기니를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무르시엘라고가 단종됐다. 자동차 매니아들은 ‘단종’이라 하지 않고 ‘은퇴’라 말했다. 그 뒤를 이은 ‘아벤타도르’가 지난 4일 우리나라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벤타도르’는 람보르기니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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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새 기함 아벤타도르 제원
‘아벤타도르’의 외관은 넓고 납작하고 날카롭다. 길이 4,780mm, 폭 2,030mm(사이드 미러를 펴면 2,265mm), 높이는 1,136mm다. 휠베이스(축거)는 2,700mm다. 앞뒤 무게 배분은 43 : 57이다.
‘아벤타도르’의 이름 뒤에 붙은 ‘LP-700’은 출력을 말한다. 12기통 6,498cc 엔진은 700마력/8,250rpm의 힘과 70.4kg.m/5,500rpm의 토크를 발휘한다.
출력이나 토크 수치는 최근 선보인 다른 슈퍼카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벤타도르의 무게는 1,575k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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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대 쏘나타 터보 2.0의 무게가 1,520kg, 기아 K7 중 최고급인 3.3 GDI는 1,575kg, BMW Z 35i가 대략 1,600kg이다. 이들의 출력과 크기를 아벤타도르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슈퍼카들을 비교할 때 쓰는 ‘무게 당 마력비’는 2.25kg/마력이다.
덕분에 공식 최고속도는 350km/h,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2.9초다. 400km/h를 돌파하기도 한 1,001마력짜리 부가티 베이론의 0-100km/h 가속 시간이 2.5초, 1,100마력을 내는 스웨덴제 슈퍼카 코닉세그 아제라 R이 2.9초라는 걸 감안하면 아벤타도르의 ‘달리기 실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차는 잘 달리는 것보다 잘 서는 게 더 중요하다. 아벤타도르에는 ESP 시스템과 함께 400mm와 380mm짜리 6실린더 캘리퍼가 달린 브레이크 디스크가 장착돼 있다. 막강한 힘에 걸맞게 앞쪽에 피렐리 255/35 ZR19 타이어를, 뒤쪽에는 335/30/ZR20 타이어를 장착했다. 휠 또한 초경량을 장착해 차의 부담을 줄였다.
전작을 훌쩍 뛰어넘은 수작 아벤타도르
아벤타도르는 살펴보면 볼수록 전작 ‘무르시엘라고’를 한 단계 뛰어 넘었다는 걸 보여줬다. 최고 속도가 무르시엘라고에 비해 20km/h 더 높아졌다는 것 보다도 우수한 차체 강성, 확실히 줄어든 탄소배출량 등은 람보르기니의 ‘실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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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들이 격렬한 주행을 반복하거나 오래될 경우 드러나는 문제 중 하나가 차량 강성이다. 대부분의 차량은 ‘차량 뒤틀림 강성도(Nm/deg로 표시)’로 서로 비교한다. ‘아벤타도르’의 뒤틀림 강성은 3만5,000Nm/deg. 전작인 무르시엘라고가 경량화로 2만Nm/deg였던 것을 생각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참고로 페라리 360 모데나가 2만3,000Nm/deg, 제네시스 쿠페 미국 수출형이 애스턴 마틴 DB9 쿠페와 같은 2만7,000Nm/deg, 폭스바겐의 기함 페이튼이 3만7,000Nm/deg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벤타도르의 차량 뒤틀림 강성은 슈퍼카 중 최고 수준이다.
여기다 승객석 뒤에 장착한 엔진룸에는 X자 형태의 뒤틀림 방지대(Anti-sway Bar)가 들어 있어 탑승자의 안전은 다른 슈퍼카들을 한 단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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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는 슈퍼카 고객들이라면 별로 신경쓰지 않을 듯한 탄소배출량이나 연비도 크게 개선했다.
람보르기니 측은 아벤타도르의 공인 연비와 탄소배출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무르시엘라고에 비해 20% 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 무르시엘라고 오너들이 밝힌 시내주행 연비가 평균 4km/l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5km/l 수준으로 보인다. 국내 중형차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6.5리터 12기통 엔진의 슈퍼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다.
무르시엘라고의 불편함이 아벤타도르에선 편리함으로
람보르기니 측은 “무르시엘라고에서는 상당히 불편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이 대부분 개선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전후방 카메라와 폴딩 사이드미러다. 아벤타도르의 높이는 1.1미터 남짓으로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다. 게다가 폭이 넓어 사각지대가 많다. 주차는 물론 골목길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후진주차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수준. 아벤타도르는 전후방에 시야각 110도가 넘는 카메라를 설치해 주차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 ‘좁은 주차공간’에 맞게 사이드미러도 완전히 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위로 열리는 ‘시저도어’를 채용해 타고 내리기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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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과거 ‘달리기’ 외에는 무관심했던 실내공간에는 CD체인저를 포함한 오디오는 물론 센터페시아에 LCD 터치스크린을 달아 멀티미디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동모드로 운전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쉬프트 패들 또한 큼지막해 ‘익스트림 드라이빙’이든 ‘그랜드 투어링’이든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1년 내내 ‘공사 중’인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도 있으리라. 아벤타도르의 최저 지상고는 108mm. 하지만 서스펜션 조절 스위치를 누르면 2초 내에 50mm 높아진다. 슈퍼카 매니아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고급 휘발유’ 문제에 대해 람보르기니 측은 ‘옥탄부스터’를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연료탱크 용량이 90리터이므로 ‘만땅’을 외칠 때마다 1만 원 남짓인 첨가제를 넣으면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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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슈퍼카 시장 늘려가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가격도 슈퍼카다. 벤츠가 맥라렌과 결별한 뒤 내놓은 SLS 63 AMG의 가격이 3억 원 내외, 페라리 모델들이 4억 전후인 반면 아벤타도르는 기본 옵션형이 5억7,500만 원부터다. 지난 4일 발표회에 선보인 모델은 6억2,000만 원대.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와 같은 ‘테일러 메이드’ 방식으로 제작되는 아벤타도르의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를 주력으로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한국 슈퍼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선봉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에서 람보르기니의 인기와 수요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실제 4일 발표회에서 국내 공식딜러인 람보르기니 서울 측 “2012년 한국에 배정된 아벤타도르 20대가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최근 수입 중고차 시장의 메카라는 온라인 사이트 ‘보배드림’이나 서울 양재동의 오토갤러리에는 람보르기니 중고차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슈퍼카 시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수입차 브랜드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