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중장기적으로 실물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직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20일 분석했다.

    이들은 북한 체제가 조기에 안정되지 못하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해 시장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기적으로는 중립이며 장기적으로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일부에서 "이번은 다르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번은 다르다고 잘못 판단하곤 했다. 연말 증시 분위기가 유럽 재정위기 탓에 냉랭하지만, 북한 리스크까지 확대 해석하면서 불안 심리를 증폭시킬 필요는 없다.

    ◇김윤기 대신증권 경제조사실장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한국의 실물 경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북한 정세가 매우 불안해지면 외국인이 대규모로 이탈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정보가 부족하고 불확실성이 커서 섣불리 전망하기 어렵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북한이 추가로 불안해지지 않으면 심리가 안정될 것이다. 이번 뉴스 때문에 내년 국내 경기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 유럽 재정위기는 구조적인 문제지만, 김정일 사망은 단기적으로 심리에 작용하는 문제다. 다만, 외국인은 상황을 주시할 것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자금을 빼내갈 수도 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는 안정적인 권력 승계가 확실했다. 국내 환율 시스템도 관리변동환율 제도여서 증시나 채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 보유 비중이 1994년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다. 외국인 채권 매도와 금리 상승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불안이 계속되면 원화가 급락하고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금융시장 움직임에 따라 실물시장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지만 예단할 수 없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해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 내부 동향과 중국 등 주변국 반응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이다. 과거 핵문제보다 변수가 훨씬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히려 국내 혼란이 우려되면 예산을 조기 집행할 가능성이 커져 긍정적이다. 다만, 심리 탓에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고 내수가 나빠질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의 단기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장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투자 전략을 변화할 수 있다. 이밖에 신용평가사의 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체제가 신속히 안정을 찾느냐에 달렸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

    상당기간 불안이 계속되면 소비나 투자가 악화해 실물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권력 승계 측면에서 김일성 사망 당시와 상황이 달라 지켜봐야 한다. 북한 군부 가운데 강경파가 득세해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거나 국지적 도발을 감행하면 주식시장을 통해 실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투자나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소비심리가 나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와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북한의 권력이양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다.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중요하다. 외국인이 급속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금융시장이 문제다. 심리가 불안해지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그러면 2차적으로 경기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내수 소비가 악화할 수 있다. 환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보면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리스크다. 원·달러 환율이 1천200원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시장의 불안정, 한국 국가 신용도 불확실성 등이 가장 큰 문제다. 외국인 자금이 일거에 국내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체제가 빨리 안정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집권하는가에 달렸다. 북한 체제가 붕괴하거나 강경론자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누구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주변국이 안정을 원하고 있어 불안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후계 구도가 확립됐는데 지금은 완전하지 못해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1994년에 비해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여력도 그만큼 강하다. 이번 충격이 경기 훼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