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보다 작지만 편의점 2배⋯ 규제 피하기 위한 우회책묶음판매-반값 생수 등 “SSM 축소판” 비난일어
  • ▲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365플러스 대치점 앞 모습ⓒ 양호상 기자
    ▲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365플러스 대치점 앞 모습ⓒ 양호상 기자

    홈플러스가 새로 시작한 편의점 사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법으로 틀어막자 우회전략으로 편의점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편의점은 상생법과 유통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업종.

    즉 편의점 형태로 사업신청을 낸 뒤 수퍼마켓 영업을 해도 법 규제를 받지 않는 허점을 노렸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서울 선릉역 부근에 '365플러스 대치점'을 내고 편의점 사업에 가세했다.
    유통법에 따르면 SSM은 일정 규모의 시설(165~3000㎡)을 갖춰야 한다. ‘365플러스 대치점’은 면적이 130㎡(40평) 정도. SSM 기준에 미달한다. 때문에 법규상 '365플러스 대치점'을 SSM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독특한 영업전략 때문이다. 대치점은 기존의 편의점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방식을 도입했다. 지난달 23일 문제의 365플러스 대치점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장 크기가 만만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치점 매장 규모는 130㎡인 약 40평으로 일반적으로 20~25평형인 편의점의 평균 면적보다 넓다. 진열 상품들을 둘러보았다. 기존 편의점과 달리 주로 수퍼마켓에서 취급하는 신선식품 코너를 전진 배치해놨다.

    진열대에 가격표를 살펴보니 흔히 일반 대형마트에서 보는 가격표 형식을 띄고 있다. 또한 일부 제품을 기존 편의점보다 훨씬 싼값에 팔고 있었다. 삼다수 생수(500mL)는 대부분 편의점이 850원에 팔지만 이곳에서는 절반 수준인 450원이었고, 신라면 역시 경쟁업체 가격(780원)보다 싼 630원에 팔았다.

    또 '990원 묶음 판매' '자체 PB(자체 브랜드) 상품 할인' 등 할인 판촉 제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할인마트처럼 '초특가 상품' 표시를 붙인 제품이 많은 것도 기존 편의점과는 다른점이다. 야채와 과일, 유제품 진열대를 지나니 델리·생수음료·주류·냉동식품으로 보기좋게 (?) 나눠져 진열돼 있었다.

    이쯤되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축소판과 다를게 없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편의점보다 가격이 싸서 좋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적은 자본으로 편의점을 창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편의점 가맹사업 등록을 마친 만큼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와 SSM 규제법을 피하기 위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변형된 형태의 SSM이라는 것이다. 농축수산물의 비중을 높이고 저가 공세를 펼칠 경우, 표면적으로는 편의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SSM에 가까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통시장 상인들과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은 홈플러스의 편의점 사업 진출에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SSM인데도 편의점의 형태만 취해 '사업조정' 절차조차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테스트 삼아 한두 개 편의점만 운영하고 있는 단계여서 365플러스편의점을 변종 편의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