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향악단이 '악단(惡團)'으로 돌변한 기막힌 사연‥
소셜테이너 김미화, '허위사실'을 '허위사실'로 해명?요즘 방송인 김미화의 언동(言動)을 보면 '경거망동(輕擧妄動)'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김미화는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KBS 교향악단 단원들이 사적인 자리에 자주 동원된다"는 허위 사실을 올린데 대해 KBS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발하자, 곧이어 "칠순잔치 동원은 '대전시향'"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그러나 김미화의 '해명 발언'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확인 결과, 대전시향이 '특정인'의 칠순잔치에 동원됐던 사례는 창단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
결국 김미화는 사신이 내뱉은 허위 사실을 또 다시 허위 사실로 해명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김미화의 실언(失言) ①
-
김미화는 20일 KBS교향악단의 증언(?)을 근거로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교향악단이 사적자리에 자주 동원됐다"며 함신익 KBS교향악단 지휘자의 '지휘권 남용설'을 제기했다.
-
그는 이 글에서 "KBS사장과 지휘자는 무슨 이유로 이들을 사적으로 동원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큰 소리를 쳤다.
해당 멘션이 파문을 불러 일으키자 KBS가 발끈하고 나섰다.
KBS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방송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그 행위와 발언에 대해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무거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발언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방송인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몰염치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KBS는 "김씨가 KBS 사장과 지휘자를 공개 거론한 것은 전혀 근거없는 명백한 허위"라며 "허위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무차별 확산되면서 공영방송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김미화의 글은 허위였다. 한 트위터리안이 <미디어오늘>의 기사(칼럼)를 인용한 것을 김미화 스스로 '오판(誤判)'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이 점은 김미화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트위터에 다시 글을 올려 사적 행사에 동원됐던 악단은 바로 '대전시향'이라고 정정(?)했다.
김미화의 실언(失言) ②
-
-
김미화는 "<미디어오늘>에 예일대 음악학원장 칠순잔치는 대전시향 단원들이 동원되었다고 돼 있다"며 KBS교향악단과는 관계가 없음을 밝히고 사과의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글 역시 허위였다.
<대전일보>는 21일자 보도에서 "당시 대전시향 후원회 높은음자리표의 부회장을 맡았던 안정근 충남대 교수에 따르면, 예일대 음악대학 학장인 로버트 블로커 교수가 대전시향과 협연한 공연은 2002년 7월 12일 우송예술회관에서 열린 '대전시민을 위한 베토벤 페스티발'이며 이는 후원회 높은음자리표 법인 출범 기념 및 제8대 대전시장 취임 기념 축하 음악회로 열린 공식적인 행사였다"고 반박했다.
또 "'칠순잔치'로 오인된 공연은 2006년 6월 9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피터 프랭클 그의 70년 음악인생 회고'라는 타이틀로 열린 대전시향 마스터즈 시리즈"이며 "이날 협연자로 참여한 피터 프랭클은 예일대 초청교수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고 해명했다.
결국 김미화가 주장한 '예일대 학장의 칠순잔치' 사건은 서로 다른 공연을 하나의 행사처럼 조작한 거짓 정보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안정근 교수는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함신익 지휘자에게 불만을 품은 KBS 교향악단 단원들이 그에 대한 오점을 찾던 중 전 대전시향 단원의 '잘못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가 언급한 '잘못된 정보'란 바로 <미디어오늘>에 연재 되고 있는 칼럼시리즈를 지칭한다.
<미디어오늘>은 3월 19일자 "함신익, 20년동안 KBS 객원지휘? 중앙일보 인터뷰는 과장"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함신익 전 대전시향 상임지휘자가 단원들을 대동, 예일대 음악대학 학장의 칠순잔치까지 치러줬다"는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발언을 가감 없이 인용 보도했다.
-
<대전일보>에서 밝힌대로 상기한 내용은 두 가지 사실을 혼합한 허위 사실이었으나 <미디어오늘>은 22일자 "함신익이 서울대 출신 아니라 왕따시킨다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또 다시 '대전시향'을 들먹이며 자신들의 기사가 '오보(誤報)'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미화가 자신의 실수가 드러나자 깔끔하게 실수를 인정했고 정정 사과 트윗까지 날렸다"며 '허위 사실'을 '허위 사실'로 해명한 실수를 두둔하는 촌극을 빚었다.
-
김미화의 실언(失言) ③
김미화의 '실수 퍼레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KBS의 반박이 인터넷과 방송에 재차 올라오자 "요즘 듣지도 보지도 않는 KBS이지만 어제 하루는 '김미화의 날'이었다"며 자신의 문제제기에 대한 확인은 커녕 마치 현행범 보도하듯 함부로 사용하고 있는 KBS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
그러나 문제제기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은 건 김미화 자신이었다.
그는 "'KBS의 악단 사적동원' 부분은 객관적 해석이 모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야기한 점에 대해선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자신의 사과에도 줄기차게 해당 사건을 재론하는 KBS의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하지만 김미화의 트위터 멘션은 해석 자체를 떠나 팩트 자체가 사실과 맞지 않는 '허위 정보'를 담고 있었다.
김미화가 올바른 상식과 양심을 갖고 있다면, 또 다른 문제제기에 앞서 허위 사실을 '사실'로 간주해 유포한 점을 인정하고 이를 사과하는 게 도리다.
아직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사실을 알고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건 아닌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미디어오늘>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정보를 떡하니 사실처럼 올려 놔, 작금의 사태를 자초한 혐의가 분명한데도 지금껏 정정보도나 기사 수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양심(良心)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양심(兩心)을 따를 것인가?
부디 강압적인 수단이 가해지기 전에 공인(公人)과 공언(公言) 다운, 책임있는 행동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