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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는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상품권’이 속칭 불법적인 ‘현금깡’거래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또 온누리상품권이 유흥주점·모텔 등에서도 버젓이 유통 중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유통실태 전반에 대한 집중점검과 함께 불법거래 근절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될 수 없는 유흥업소·주점 46곳, 숙박업소 28곳, 마사지업체 12곳, 무도장 7곳 등 전국 627개 점포가 가맹점으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내에 위치하고 있어도 골프장, 무도장, 주점, 부동산 업종 등은 가맹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강원도 삼척중앙시장에는 16개 주점이 가맹점이었고, 충남 천안역 공설시장의 모텔과 여인숙, 여관 등 6개도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었다.
서울과 부산의 시장에서도 마사지업체와 무도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었다. 경남과 경기 지역에서는 성인PC방과 성인용품점도 가맹점이었다. 종이상품권 대신 카드 형태로 발행하는 전자 온누리 상품권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의 SSM이 가맹점으로 등록되어 있는 등 인천 23곳, 경기 110곳이 부적절 업종 점포였다..
이처럼 시장경영진흥원의 가맹점 관리 부실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부적절 업종들이 포함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애초에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 활성화 과정에서 전통시장 상권 위주로 모집이 진행돼 일부 부적절 점포가 포함됐다. 부적절 업종 점포들의 가맹점 등록을 취소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
- 온누리상품권을 관리하고 있는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지난달 경북 구미 중앙시장에서 현장타운미팅을 통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니 시장 상인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했던 것은 바로 온누리상품권의 ‘현금깡’ 문제였다.”
“온라인 상품권거래소 등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액면가의 90~95%에 매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온누리상품권의 유통물량을 늘리자 온누리상품권만 전문적으로 사들여 이를 은행에서 액면가대로 현금화할 수 있는 가맹점주나 시장 상인에게 되팔거나, 아예 상인과 손잡고 전문적으로 ‘현금깡’하는 전문업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제도가 소상공인들과 지역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피해를 주고 불법 사금융업자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지금처럼 실제 수요에 관계없이 상품권 발행만 늘리는 것이 오히려 전통시장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억지로 상품권을 나눠주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발행을 늘린다면 상품권 할인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전통시장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온누리상품권은 2009년 도입된 이래 국회와 정부의 지원 속에 2011년 2천224억 원, 올해 9월 현재 3천738억 원 등으로 판매량이 급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기업체 등에서 1천500억 원가량을 매입해 추석 보너스로 주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통시장 상품권 발행으로 시장을 살리자는 아이디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추석 전통시장 매출이 불경기 속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10% 늘어나는 등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데에는 온누리상품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온누리상품권 구매자와 상품권 거래업자, 상인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기청과 시경원은 지금처럼 상품권 판매액을 늘리는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불법유통 방지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온누리상품권 불법 유통에 대한 과태료 부과안은 올해 정기국회 중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 특별법’ 개정을 통해 부과근거가 신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