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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차기 권력이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한국 재계가 보유한 이들과의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두 초강대국의 정치 지형이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 기업이 두 통치자나 핵심 인사과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는 현지 경영을 내다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中 관시 있어야 亨通…공들여 관리 = 중국은 인맥을 '관시(關系)'라고 부르며 상당히 실질적인 틀로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관료나 당 지도부 등 권력자와의 관계는 사업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게 현지 사업을 하는 기업인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은 관시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은 중국의 차기 권력자와도 장기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시진핑 부주석이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2005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하고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시 부주석이 2007년에는 쑤저우(蘇州)공업원구의 반도체 공장을 찾았을 정도로 삼성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2010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당시 삼성전자 윤종용 상임고문, 최지성 대표이사, 이재용 부사장 등을 면담하고 삼성그룹의 중국사업과 관련한 장기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삼성 경영진은 국무원 총리 기용이 확실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6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이재용 사장, 삼성 중국본사 장원기 사장 등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 부총리와 면담했다.
이에 앞서 리 부총리는 랴오닝(遼寧)성 당서기였던 2005년에 기흥과 화성의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이는 시진핑의 방문보다 2개월 뒤의 일이었다.
중국 차기 서열 1·2인자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만큼 앞으로 중국 내 사업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삼성은 기대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2005년 7월 저장성 당서기 신분으로 LG트윈타워에서 만나 LG와 저장성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리커창 부총리와는 작년 10월 그가 서초동 LG전자 연구개발센터를 찾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리 부총리는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LG만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는 1993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8개 계열사에서 R&D·생산·판매 법인 등 총 49개 현지 기지를 운영하며 노동 집약형 생산에서 벗어나 중국에 핵심 가치를 제공해 장기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중국의 핵심지도부와 관시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현대차그룹은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방문한 왕 부총리와 만나 전시장을 안내 환담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현대차는 또 2002년 베이징공장의 건설을 추진하면서 당시 베이징시 서기였던 자칭린(賈慶林)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과의 인연도 관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인사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간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 부주석, 리커창 부총리 등을 만났다.
그는 2009년 12월 방한 중인 시 부주석과 조찬을 했고 작년 10월에는 리 부총리와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구이린시, 다롄시, 웨이하이시, 난징시 등의 명예시민증도 받았다.
SK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시진핑 부주석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시 부주석은 2005년 서울에서 저장성 투자 설명회를 했을 때 최 회장과 처음 만났고 이후 최 회장은 그를 따로 서린동 SK 본사로 초청해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시진핑은 같은 해 10월 최 회장이 CEO 세미나 참석차 함께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를 방문했을 때 초청 만찬을 열고 환담한 일이 있다.
◇美도 네트워크 중요…LG화학 공장 주목 = 미국은 기회의 평등을 중요시하는 국가지만 로비를 합법 영역으로 끌어들인데서 보듯 네트워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혜성처럼' 당선됐을 당시는 국내 기업인 가운데 그와의 인맥을 내세울 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이제 한 차례의 임기를 마친 터라 적지 않은 기업인이 직·간접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재선으로 주목받는 재계 인사로는 구본무 회장을 우선 꼽을 수 있다.
구 회장은 2010년 7월 LG화학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배터리 제조 기술의 발전은 향후 수년간 비용을 70%가량 떨어뜨릴 것"이라며 "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게 해 결국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밋 롬니 후보 캠프가 LG화학 미국 배터리 공장을 `오바마 행정부 친환경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작'이라고 공격한 것을 통해서도 구 회장과 오바마의 각별한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정치인인 동시에 현대중공업 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주목받는다.
그는 2009년 1월말 국내 정치인 가운데 최초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취임을 축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차 방한해 한국외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서 정 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미국 대선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보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3년 방한했을 때 윤종영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황영기 당시 삼성증권 사장 등과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
조석래 효성회장은 2000~2009년 한·미재계회의 한국측 위원장을 역임하며 미국 재계와 두터운 관계를 쌓았다.
미국 측 회장을 지낸 윌리엄 로즈 전 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재무장관에 거론되기도 했던 점을 통해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한덕수 무역협회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기억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주미대사 시절에 미국 전역을 돌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3월 방한 당시 한 회장의 당시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