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 법안심사 소위, 도정법 개정안 통과뉴타운 조합설립 취소 시, 매몰비용 일부 지자체 지원 인정서울시, 조례로 매몰비용 70% 지원 계획 '암초' 만나매몰비용만 최소 1천억 이상 필요
  • ▲ 서울 시내 한 뉴타운 구역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뉴타운 구역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시는 울고, 경기도는 웃고..

    뉴타운 매몰비용의 70%를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 자치단체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뉴타운, 재개발 구역이 경기도보다 월등히 많은 서울시는 정부가 매몰비용의 상당부분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시의 입장이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사업성 악화 등 각종 이유로 답보상태에 있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는 모습이다.

    국토해양부는 뉴타운 등 도시정비 사업 중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는 경우에도 사업비용(매몰비용)의 일부를 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보전법 법률 개정안’이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뉴타운,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업성 악화, 주민간 갈등 등으로 사업이 중도에 멈춘 곳이 매우 많아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때문에 각 자치단체는 사업추진이 부진한 구역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으나 사업 과정에서 소요된 '매몰비용' 보전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매몰비용의 일부를 자치단체가 보전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담고 있다.

    자치단체가 매몰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놔, 뉴타운 출구전략 추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추진위원회는 물론 조합 설립인가를 취소하는 경우에도 자치단체가 사업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뉴타운 출구전략의 수립 및 추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

    경기도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매몰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이상 출구전략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여기에 매몰비용의 30%를 본인부담분으로 돌리고, 나머지 70%를 도와 시군이 나눠 분담하면 재정문제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경기도내 뉴타운 및 도시정비구역은 124개로 이 가운데 약 30% 정도는 사업을 취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이들 사업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으로 300~4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매몰비용에 대한 국비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292곳으로, 이 중 10%만 사업을 취소해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시는 조례를 통해 매몰비용의 70%를 지원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시는 매몰비용 추산액을 고려할 때 국비지원 없이는 뉴타운 출구전략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 초안은 매몰비용의 지원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안은 국토부의 반대에 부딪혀 매몰비용에 대한 국비지원 부분이 빠진 채 통과됐다.  결국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하는 경우 매몰비용 부담은 모두 자치단체의 몫이 된다.

    이에 대해 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타운 사업의 경우 정부와 서울시, 조합의 공동책임인데 지방에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시가 어렵사리 뉴타운 출구전략을 추진하는데 도움은 못 줄망정 판을 깨려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개정안이 매몰비용의 지자체 지원 근거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서 정작 필요한 기준들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매몰비용의 산정근거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조합이나 시공사는 지금까지 사업추진에 들어간 모든 공식, 비공식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시는 추진위나 조합운영을 위해 합법적으로 사용된 비용만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매몰비용 여부를 판단하는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나 커 개정안이 새로운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형평성 등을 이유로 국비지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시의 밀어붙이기식 뉴타운 출구전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매몰비용에 대한 예산 마련이 마땅치 않은데도 시가 취소를 원하는 주민들의 의사만을 이유로 사업 취소를 유도하는 경우, 주민간 갈등만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1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원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도 없이 정부 지원에만 의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