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아지자… 두 배 인상안 요구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조정 등 난제 첩첩"해마다 원만 타결… 올해도 합의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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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SK하이닉스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들어 업황 반등에 성공하고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앞둔 노조의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올해 임금 인상폭을 전년 대비 크게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최종 타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SK하이닉스 이천·청주사업장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임금협상 양측의 상견례가 이뤄졌고, 조만간 일정을 잡아 본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임직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안에 임금 인상률 8%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평균 직무급 24만원(정액+정률 적용)과 평균 경력급(8만7756원)을 포함해 총 32만7756원의 임금 인상이다. 현재 전임직 직원의 평균 직무급은 296만136원이다. 

    또한 기존 영업이익의 10%였던 초과이익성과급(PS)을 15%로 상향하고 지급 상한선(연봉의 50%)을 폐지해달라 요구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2월 성과급 제도 중 하나인 PS 산정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임금피크제 폐지, 업적급 179% 전액, 고정시간 외 수당 전액과 교대 수당 21만원 전액의 통상임금 산입, 출산 축하금과 복지포인트 상향, 40년 장기근속 포상(3주) 신설, 주택융자 제도 개선, 의료비 연간한도 확대, 초·중·고 자녀 입학축하금 등도 요구한 상태다. 

    기술사무직 노조 또한 별도로 임단협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이천 생산직 노조와 청주 생산직 노조, 기술사무직 노조 등 3개로 나뉜다. 이천과 청주 생산직 노조는 전임직 노조라는 이름으로 매년 5~6월 사이 함께 임단협을 진행한다. 통상 전임직 노조가 먼저 사측과 임금 교섭을 해 타결하면 사무직 노조는 거의 비슷하게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술사무직 노조도 지난달 25일 사측과 상견례를 가졌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요구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들 노조의 임금인상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반등에 따른 호실적 기대감이 자리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메모리 업황 둔화로 매출액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 년도 대비 매출액은 26.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전임직과 기술 사무직 모두 임금인상률은 4.5%에 그쳤다. 직전년도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운 실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을 50% 넘게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엔비디아, AMD 등의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HBM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HBM은 올해 이미 완판됐으며 내년에도 거의 완판된 상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이미 1분기에 매출액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사상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연간 실적으로 살펴보면 분위기는 더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매출액 66조8767억원, 영업이익 21조6381억원을 달성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 노사는 협상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후 대의원 표결을 거쳐 임금협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통상 8~9% 수준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면서 “실적 반등이 확실히 되는 만큼 예년에 비해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