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는 동네빵집에서 도보로 500m이내에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세워선 안된다.
    반경 500m가 아니라 걸어서 500m다.
    프랜차이즈 협회측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500m 이내의 동네빵집을 인수해서도 안된다.
    지난 해에 비해 점포수를 2% 이상 늘려서도 안된다.
    1,000개 점포를 가진 회사라면 다음 해에 20개 이상 늘릴 수 없다. 

    문닫거나 이사하려는 경우, 전국의 동네빵집과 자사 브랜드의 빵집 근처를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동네빵집 인수 바람을 막아보려는 조치다.
    공정위의 조치에 따라 이미 같은 브랜드끼리는 500m 이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지난 5일 동반위의 상생 권고안에 동네빵집을 대표하는 제과협회는 안도의 숨을 쉰 반면, 프랜차이즈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3%)에도 못미치는 성장은 사실상 기업의 성장을 포기하란 뜻이라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전혀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파리바게뜨 등을 보유한 SPC를 중심으로 이번 동반위의 권고안이 상생법과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행정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주주가 51% 이상 지분을 가진 대기업군 뿐만이 아니라 개인이 100% 지분을 가진 자영업자(가맹점주)의 영업까지 제한해 자유시장 경쟁을 방해했다는 것이 주요 명분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은 일면 수긍이 간다.
    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기업을 규제해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니,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위배되는 짓이다.
    강자를 규제하기 보다는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맞다.
    이치는 그렇지만, 정부는 골목상권을 살리다는 명분을 내세워 과감히 대기업 규제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탐욕이 불러온 것이다.
    재벌빵집에서 불붙은 여론의 비난이 첫 단추였다.
    커피숍, 빵집, 슈퍼 등 서민들이 동네에서 손쉽게 창업해서 겨우 인건비나 건지며 생계를 유지하던 업종에 대기업들이 손을 대면서 순식간에 시장은 평정됐다.
    돌아보라, 동네에 무슨 빵집이 있는지, 무슨 커피숍이 있는지, 슈퍼는 몇 개나 살아남았는지.
    은퇴하면 ‘뭐 해먹고’ 살건지 막막한 샐러리맨들까지 이런 여론에 가세했다. 
      
    이명박 정부의 ‘서민 금융정책’,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캠프의 서민공약까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나선 건 국민의 압도적인 여론을 따라간 것이다.
    다급해진 동반위가 새 정부를 맞기 전에 대충의 절충선을 제시하고, 동네빵집에 다소 유리한 결론을 내려주었다. 
      
    동반위의 상생안이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이라 할지라도, 이제 클 만큼 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동반위의 결정에 반박하는데 에너지를 쏟을 일이 아니라 해외 진출과 업종 고급화에 애쓸 일이다.
    그들이 자영업자라고 주장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맹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한 명 못쓰고 일해도 남는 게 없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탐욕은 때로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를 불러온다.

    더 큰 성장을 위해 눈을 밖으로 돌려보는 게 어떨까?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이 3년의 시한을 활용해 동네빵집들은 제과협회를 중심으로 기술,마케팅,교육 등의 체계를 만들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정부가 숨 돌릴 여유는 주었다.

    이제 공은 동네빵집에 던져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