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ENS 후폭풍이 거세다. 작년 KT의 최악의 실적에도 플러스 매출로 효자노릇을 톡톡히하던 자회사가 졸지에 '사기 사건'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초대형 사기사건인 만큼 금융당국은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하나은행에 이어 윤종록 미래부 차관을 지목하는 등 사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물갈이'부터 하겠다며 의지를 보여 온 KT '황창규호'가 출항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 하나금융, 대출금액 늘어날 시, 피해액 4000억원대취임과 동시에 계열사 인적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노력이 허탈하게 됐다. 자회사 KT ENS에서 벌어진 초대형 사기 사건으로 정·재계에 '칼바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부장 김 모씨가 4000억원대 대출 사기를 벌이다 발각된 사건으로, 금융당국이 공모업체 및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직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비록 황 회장의 취임 전 발생된 사건이긴 하나, 100% 지분을 보유한 KT가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대출을 해준 은행은 총 17곳으로 하나∙국민∙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4곳이다.
이 중 하나은행이 총 금액의 절반 이상인 1624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각 189억원, 188억원씩 내줬다. 그 외 저축은행에서 나온 돈이 80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공모한 6개사 협력업체와 더불어 은행권 7곳에 대한 조사도 착수한 상태다. 금융업계 공범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의 경우 되려 수사 물망에 올라 곤혹을 치르고 있다.
2012년 기준 당기순이익 47억원에 불과한 KT ENS에 1600억원을 대출해줬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은행은 3100억원의 대출 약정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아무리 KT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라고 해도 KT ENS와 같은 작은 회사에 1600억원 넘게 대출할 수 있냐"며 놀랍다는 반응이다.
실제 국민과 농협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1000억원의 대출 약정을 절반인 500억원씩 맺는 '신디케이트론'으로 참여했다. 이후 똑같이 275억원씩 SPC에 대출을 해줬다. 하나은행 내부에서 김 씨와 짜고 수천억원대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거래 기간'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보다 KT ENS와의 거래 기간이 길었던 탓에 대출 잔액이 많은 것 뿐"이라며 "지난 2008년부터 거래를 해왔으나 대출 상환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해 금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대출금액이 당초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23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총 대출 피해액은 4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번 불똥이 튄 곳은 비단 금융권 뿐만이 아니다. 이날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공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KT부사장 출신인 윤 차관은 KT ENS 직원과 사기대출을 공모한 6개사가 만든 '한국 스마트산업 협회'의 1대 명예회장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윤 차관은 "연세대 공과대학 재직시 스마트산업 분야 중소기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명예회장직을 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협회로부터 보수 등 어떠한 지원을 받거나, 어떠한 지원이나 도움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금융주, 사태해결 전까진 투자에 신중해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금융주가 연일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날 KT[030200]는 △CS증권 △맥쿼리 △모건스텐리 등 에서 하룻 동안 30만7470주가 출회된 가운데,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씨티그룹 △모건스텐리가 매도우위를 차지했다. KB금융은[105560]은 △CS증권 △모건스텐리 창구에서 40만870주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 전까진 여전히 불안 요소를 내제돼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경찰은 김 씨와 결탁한 협력업체 6곳 △중앙티앤씨 △엔에스(NS)쏘울 △엔에스(NS)쏘울F&S △SMS, △아이지일렉콤 △다모텍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회계 관련 장부 등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