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입주권 내세워 연금보험 가입자 모집건설계획 무산됐는데... 20년 넘도록 '모르쇠'
  • ▲ 우정사업본부가 20여년 전 실버타운 입주를 조건으로 연금보험을 판매했으나,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우정사업본부 블로그
    ▲ 우정사업본부가 20여년 전 실버타운 입주를 조건으로 연금보험을 판매했으나,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우정사업본부 블로그


    “연금보험 가입하면 실버타운 입주시켜준다더니…”

우체국 연금보험을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사건 당시 체신부)의 무책임 탓에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20여 년 전, 연금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자들에게 ‘노후생활의 집’(실버타운)을 건립하고, 가입자에게 해당 시설 입주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탓에,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금소원 측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985년 5월부터 1991년 3월까지 약 5년 11개월 동안 ‘행복한 노후보장 연금보험’을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서 본부는 가입자에게 ‘노후생활의 집’ 입주 우선권을 혜택으로 제시했다. “연금보험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로 실버타운을 전국 9개소에 건립하고, 가입자들이 실비만 내면 노후에 입주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가입을 유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노후생활의 집 추진 계획’을 지난 1984년 수립하고 정부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 시설은 안성을 비롯, 전국 9개 도시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우정사업본부는 ‘노후생활의 집’을 한 곳도 건립하지 못했고, 결국 우정사업본부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 본부의 장밋빛 조건만 믿은 가입자들은 허공에 내 몰리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우정사업본부가 이 과정에서 연금보험 가입자들에게 ‘노후생활의 집’ 계획 무산에 따른 중간 안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가입자들은 시간이 흘러 노후가 찾아오자 ‘노후생활의 집’ 입주를 요구했고, 그 때마다 본부 측은 ‘약관에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가입자들에겐 그 동안 아무런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일부 가입자는 2011년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1심 소송에서 원고 청구가 기각됐다. 그러나 2013년 1월 2심에서 원고 주장이 일부 수용되어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에 원고들은 보상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금융소비자원은 ‘행복한 노후보장 연금보험’에 가입한 후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가입자들은 2011년 5월 기준 약 330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1인당 피해금액을 500만원으로 잡을 경우, 총 피해액은 165억에 달한다”며 “이처럼 많은 피해자들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우정사업본부 측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담당자들이 ‘내 재임 중에만 사건이 터지지 말라’는 안일한 자세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공기관에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없이 보험을 판매하면서 문제가 발생된 것”이라며, “일반 금융사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불완전판매와 책임회피로 인하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빠르면 2월 중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정사업본부 등 관련부처가 가입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공동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