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사태 아직 안 끝났거늘"… 금융위·국회 '딴죽'"투뱅크 체제 유지한다더니"... 내부 반발 여전
  • ▲ 하나SK카드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통합이 지연되고 있다. ⓒ 뉴데일리 DB
    ▲ 하나SK카드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통합이 지연되고 있다. ⓒ 뉴데일리 DB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통합이 지연되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여파에 내부 반대까지 겹친 탓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외환은행 카드사업 분사를 위한 예비인가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금융위 측은 "이번 회의에는 외환은행 카드사업 분사 관련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예비인가안을 언제 상정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달 안에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후 주주총회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는 외환은행 카드부문을 외환은행으로부터 분할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예비인가안이 상정되지 않은 탓에, 분할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와 노조도 외환은행 카드부문을 떼낸 후, 하나SK카드와 합치는 작업에 반발하고 있다.
 
이학영(민주당·경기 군포)의원은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 카드 사태 청문회에서 "정보유출이 문제가 되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하나금융과 외환카드가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옳다고 보느냐"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또다른 정무위원들도 "자사의 개인정보를 타사에게 넘기지 말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사실상 통합 작업에 딴죽을 걸고 나선 셈이다.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외환은행 노조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카드부문 합병이 2012년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한 5년간 '투뱅크 체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외환카드 분할을 인가할 경우,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은행에서 분사한 국민카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외환카드가 은행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경우 또 다른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 4일 금융위에 카드부문 분사에 반대하는 진정서를 냈다. 

소속을 옮겨야 하는 직원들의 불안감도 크다.
 
하나금융이 외환카드 직원들에게 내민 회유책은 '3년간 고용보장'과 '은행 수준의 복리후생 유지' 정도. 외환은행 노조는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고, 실제 자리이동에 동의한 직원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 측은 "카드 부문을 합치는 것이 하나와 외환의 투뱅크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을 누그러뜨리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결정이 연기되면서 외환은행도 20일 열 예정이었던 카드사업 분할 의결 주주총회를 미루기로 했다. 금융위 정례회의가 2주 뒤인 3월 5일 열리는 만큼 다음날인 6일 주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주 뒤라고 해서 분할이 원활히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어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의 '밀어붙이기식' 업무 추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로 카드3사가 영업정지를 당한 상황에서, 고객정보 보호 '계획'만 가지고 당국의 승인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의문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정서적인 교감'이나 '감성적인 통합'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이 결과를 다 만들어 놓고 외환은행이 무작정 따라오기만을 바라는 모양새라는 것.

하나금융은 4월 1일 외환카드를 독립해 출범하고 9월경 하나SK카드와 합병한다는 그림을 그려놨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건을 보면 이 계획은 불가피하게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부에서는 양사 통합 작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법원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주식매수 가격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한국은행과의 법정분쟁 소지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홈페이지가 똑같을 플랫폼을 갖추면서 양사의 IT통합 작업도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 ▲ 하나SK카드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통합이 지연되고 있다. ⓒ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