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국산 신약후보 물질이 글로벌 기술수출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텍 오스코텍으로부터 전임상 단계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사들인 뒤 연구개발을 진행한 후 임상 1상 단계에서 2018년 존슨앤드존슨(J&J)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렉라자와 J&J의 표적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을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의 최대 매출을 연간 5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1조 규모 '잭팟' 기술수출은 2015년 한미약품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미약품은 한해에만 6개 제약사와 총 8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사노피와는 무려 5조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K-바이오 붐을 일으켰다.
10년이 지난 2025년 현재에도 굵직한 기술수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메드이뮨과 'ALT-B4'를 적용한 항암 치료제의 피하주사 개발을 위한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ALT-B4는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로,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해준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4~5시간 동안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와는 달리 피하주사는 환자가 직접 5분 내로 주사를 맞을 수 있어 독보적 경쟁력을 갖는다. 2건의 계약 규모는 총 13억5000만달러(약 1조9640억원)다.
알테오젠의 이번 기술수출은 신약 후보물질이 아닌 제형 변경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 세계에서 IV제형을 SC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알테오젠과 할로자임 두 곳 뿐이다.
알테오젠은 ALT-B4로만 이번 계약을 포함 총 6건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2020년 MSD와 43억1700만달러(약 5조556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SC 제형 변경 플랫폼을 적용한 '키트루다SC'의 임상 3상 결과를 곧 공개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알테오젠의 기술에 대한 평가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에는 유전자 치료제 기업 올릭스가 일라이 릴리에 9000억원대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릭스는 릴리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심혈관·대사질환을 표적하는 임상 1상 물질 'OLX702A' 개발·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지놈앤컴퍼니도 지난달 영국 엘립시스 파마 리미티드에 신규 타깃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A-104'을 기술 이전했다. 확정된 계약금액이 없어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다.
혹자는 빅파마의 국내 기업 대상 라이선스 인이 일종의 경쟁사 견제 전략이기 때문에 국산 신약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있어 저해되는 요소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사로서 국산 신약 후보물질을 견제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국내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바이오는 이렇듯 글로벌 빅파마의 러브콜을 통해 가치를 재증명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