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오르다 회복속도 느려지는 '상고하저' 불가피'기업투자, 청년실업, 여성인력' 등 잠재성장률 끌어 올릴 대책 절실
  • 지난해 우리 경제는 물가안정에 경상수지 흑자로 대외 건전도를 높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와 아베노믹스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았으나, 정책당국은 환율을 안정시키고 수출을 늘려 사상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경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를 보였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경제가 그동안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완만한 회복세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는 점차 경기저점에서 벗어나 상승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신흥시장국 경기는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경기침체와 그동안 유입된 자본의 유출이 우려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는 어떻게 전망되고 있을까.

지난 몇 년간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상승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이같은 경기회복세가 지속력을 가질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간 우리 경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지금의 상승국면이 내년 하반기 말에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엔화가 평가절하됨에 따라 우리 수출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즉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오르다가도 하반기로 접어들며 회복속도가 느려지는 ‘상고하저’의 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중론인 것.

특히 올초 몰아친 엔저 공습이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이라는 국회발 악재가 되풀이될 경우 저성장 흐름을 끊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달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체 세출 예산 309조7000억원의 65.4%를 상반기에 배정키로 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6년간 상반기 예산 배정 비율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올해 경기흐름을 ‘상저하고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높게 나올 것)’로 보지 않음을 뜻한다.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것을 대비해 하반기에 재중 투입을 줄인다는 의도가 내포된 셈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도 올해 우리 경제는 3% 중후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작년 상반기 성장률이 낮았던 만큼 기저효과로 올 하반기 성장세가 상반기보다 다소 부진할 것으로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성장률(3.9%)이 하반기(3.5%)보다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올 경제성장률은 연간 3.8%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상반기 3.9%, 하반기 3.6%의 ‘상고하저’ 흐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를 시작으로 출구전략 이슈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하락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며, "한국의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경제성장률은 3%를 밑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대외 불확실성도 저성장을 예측케 한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엔화약세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여 엔저쇼크가 한국경제의 회생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여기에 경제활성화 법안처리 부진, 통상임금 문제, 공공요금 인상, 가계부채, 전세값 급등, 고령화로 인한 평균소비성향 하락 등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재로 올 하반기 경기흐름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 3.9% 달성은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가 다시 시작될 경우 내후년 역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현재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 저물가 등 4저(低) 늪에 빠진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의 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진작을 통해 성장에 올인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 연속 전년 동월대비 0%대를 기록했으며, 주택 매매가격도 하향곡선을 면치 못했다.

최근 취득세 인하 등 정부의 단기 부동산 부양대책으로 주택 가격이 반등세를 보였지만 KB국민은행의 전월 대비 주택 매매가격 등락률은 제작년 하반기부터 작년 8월까지 사실상 마이너스 기조를 보였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장기 침체는 버블 붕괴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형성된 게 핵심"이라며, "국내에서 확산되는 주택 가격 하락은 디플레이션 발생의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성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기업 투자 활성화’ 노력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에 참여한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저성장 탈피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규제 완화가 절실하지만, 국내에 투자를 하겠다는 데도 이를 막는 정부 규제와 법령 때문에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인구고령화, 여성인력 활용 미흡, 청년실업 문제 해결, 중산층 복원 등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교육시스템 개혁도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제조업을 위한 실무형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예컨대 산업현장에서는 독일식 인력 양성 제도인 '마이스터 시스템'을 받아들여 필요 인력을 적극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절실하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독일은 기술력 있는 장인으로 성장해 가업을 물려받는 것을 최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기술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대졸 실업자 문제를 해소하는 큰 대안이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저성장 극복은 '투자'와 '소비 심리 회복'이 가장 큰 숙제"라며, "정부는 기업의 투자에 방해되는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 시키고, 청년층과 여성의 일자리를 늘려 소비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 ⓒ하늘에서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 테헤란로를 따라 빌딩들이 즐비하다. (연합뉴스 DB)
    ▲ ⓒ하늘에서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 테헤란로를 따라 빌딩들이 즐비하다. (연합뉴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