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M&A로 기울어진 재무구조 개선
몸집 불어난 현대제철·중국발 리스크 대응해야

  • 권오준 선장의 '포스코 더 그레이트 : POSCO the Great'호가 닻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기업인 만큼 권 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권 회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맡겨진 숙제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14일 주주총회를 통해 "포스코 최고 경영자라는 중책을 맡아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럽지만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심정을 밝혔다.

     

    ◇ 무리한 M&A에 '잃어버린 5년'…"비핵심사업 과감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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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는 지난 5년간 녹이 슬대로 슬었다. 정준양 전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08년 포스코는 연매출 41조 7426억원, 영업이익 7조 1739억원에 영업이익률이 17%에 달하는 탄탄한 기업이었다. 지난해 포스코는 61조 8647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조 9961억에 그쳤고, 영업이익률 역시 4.8%까지 떨어졌다. 부채는 18조 6171억원에서 38조 6334억원까지 불어났다. 포스코가 위기라는 것은 이러한 수치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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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나 계열사들의 심각한 실적 부진이 문제다. 포스코의 전공인 철강부문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7810억원이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2274억 적자다. 계열사들의 실적이 매출이라는 실속 없는 몸집만 불린 셈이다. 정작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엔 도움은 커녕 포스코 기업 가치를 깎아 먹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글로벌 철강경기 악화도 있지만 정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합병(M&A)탓도 있다. 정 전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철강의 비중을 줄이고 비철강 사업에 힘을 주기로 한 것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대우인터내셔널을 3조원이 넘는 가격에 덜컥 인수한데 이어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팬오션 등의 큼직한 기업들의 인수설도 떠돌았다.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경우 극심한 부진에 아직도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형국이다.

     

    이에 권 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철강본업이 아닌 비핵심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에너지, 소재 같은 신성장분야에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면적 재평가를 실시하겠다"며재무개선 의지를 밝혔다.

     

    ◇ 떠오르는 현대제철의 위협…"위기 인정, 협력할 부분도 많다"

    국내철강업계에 있어 포스코는 영원한 맏형이었다. 그러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3고로를 완성하고,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흡수한 현대제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수직계열화의 선봉에 서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의 내부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다. 또 기술경쟁력을 높여 포스코와의 품질격차도 줄였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포스코와의 협상에 있어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한 증권기관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냉연부문 흡수합병 효과로 인해 포스코는 연간 냉연 30만t의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권 회장 역시 "종래 확실한 고객사가 멀어져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상황을 표현했다.

     

    이어 권 회장은 "선의의 경쟁자가 있기에 한국 철강업이 더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인류의 숙원인 지구 온난화 문제 등 공해문제와 관련해 협력해 나갈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포스코는 '현대제철 발 위기'에 긴장하는 상황에서도 현대차를 대체할 신수요지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 현대제철보다 무서운 추격자 중국…"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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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를 위협하는 추격자 중 현대제철보다 두 세배 더 큰 보폭으로 쫓아오는 중국도 있다. 국가별 조강 생산량을 살펴보면 중국의 물량은 압도적이다 못해 경이적이다.


    중국의 물량공세 탓에 글로벌 철강업계가 공급과잉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중국의 공세를 품질과 기술로 떨쳐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력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학교 민동준 교수는 "2015년이 넘어서면 한국과 일본, 중국 3국간의 기술력은 동등하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단순 조강생산에 머물던 제품구조를 고급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중국이 기술력마저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와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권 회장은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철강본원경쟁력 강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과 마케팅의 새로운 시너지 효과다. 이를 위해서 철강생산본부 내에서 솔루션 센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고객 기술 개발을 위해 그동안 EVI(고객맞춤활동)를 전개해왔는데, 솔루션센터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고객 맞춤 모델이다. 결국 첨단 기술 혁신과 더불어 다양한 고객 니즈 확보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우리 최대 무기인 기술력과 마케팅 활동을 융합해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 고객들이 원하는 게 뭔지 미리 파악해서 기술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 회장은 취임식 직후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함으로써 현장 제일주의 경영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했다. 제강공장은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의 불순물을 걸러 품질 높은 고급강을 만드는 곳으로 제철소의 심장부다. 권 회장은 "포스코 고유의 혁신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포항과 광양 두 제철소를 세계 최고의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재탄생 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