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자동차강판 국산화 성과…무리한 M&A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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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전 세계를 항해하던 정준양호(號) 포스코가 닻을 내린다.
정준양 회장은 12일 서울 대치 포스코센터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포스코 회장으로서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다. 향후 정 회장은 권오준 차기회장 후보에 '철강 왕좌'를 넘겨주고 포스코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포스코 철강왕조실록'의 7대 왕이다. 그는 1948년 수원 태생으로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1975년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에 공채 8기로 입사해 지난 2009년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랐다. '포스코 순혈(純血) DNA'를 간직한 채 철강 외길 인생만을 고집한 철강맨이다.
그의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 회장의 최대 성과로는 '고급 자동차강판 국산화'가 손꼽힌다. 그는 고급 자동차강판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신예 설비 신증설과 조업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그 결과 자동차강판 연산 650만t 생산체제가 구축됐다.
아울러 고탄소강재, 자동차용 고급선재, 고기능 냉연제품 등 전략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에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친환경 쇳물 생산 공법인 '파이넥스(FINEX)' 설비를 상용화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반면 방만한 국내외 투자 탓에 경영에 적신호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준양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포스코의 연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41조 7426억원, 영업이익은 7조 1739억원, 영업이익률은 17.2%였다.
지난해 포스코의 연매출은 61조 8647억원이었으나 영업익과 이익률은 2조 9961억원과 4.8%로 떨어졌다. 부채는 18조 6171억원에서 38조 6334억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도 65.7%에서 84.3%로 올랐다. 국제신용등급 역시 매년 강등 중이다. -
정 회장은 취임 후 종합상사업체 대우인터내셔널을 3조 3724억원에 사들이는 등 비철강기업 인수에 3년간 5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당시 세계철강경기가 악화되며 에너지 및 신소재 사업등 신성장동력 발굴이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탈이 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우인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수기업들이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재 한국철강협회장직과 더불어 세계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이달 말예정된 한국철강협회 총회 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세계철강협회장직은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10월말까지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