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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산업에 있어 쌀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 쌀 없이 살 수 없듯 산업혁명도 철없이 이뤄질 수 없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 지하철부터 시작해 생활에서 사용하는 에어컨, 휴대폰 등 철이 안 들어간 것이 없다. 그만큼 철은 우리 생활에서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선진국들보다 다소 늦게 철강 산업에 명함을 들이밀었다. 한 박자 아니 두 박자 이상 늦게 출발했지만 한국 특유의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불과 20여년 만에 철강 강국으로 도약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철강업계의 승승장구는 멈 출 줄을 몰랐다.
그러나 철강업계에도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철강업계에 까지 번지기 시작했고, 중국 발 '공급과잉'이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이 말도 안되는 물량을 쏟아내며 철강재 가격시장 판도를 흔들어 놓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대응했지만 기술력은 점차 줄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품을 싸게 많이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철옹성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해답은 '그래도 기술력'이었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명품(名品) 철강'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다.
◇ 포스코, 車강판·에너지강재·파이넥스에 사활
포스코는 제품의 40%를 수출한다. 주력 제품은 자동차, 조선용 철판이다. 철강경기 침체와 원고엔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코는 고부가제품 개발에 답을 찾았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판매를 늘려 제 값을 받고 판다는 전략이다. 이에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에너지강재, 파이넥스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 대표 자동차강판은 TWIP강이다. TWIP강은 무게를 낮추면서도 강도는 높이는 차세대 강이다. 철에 망간(Mn), 알루미늄(Al) 등을 섞어 만든 강판이다. 일반 자동차강판보다 3∼4배 강하고 무게는 30%정도 가볍다. TWIP강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뉴 판다' 범퍼 등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조만간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도 공급될 예정이다.에너지강재는 심해에서 사용된다. 낮은 온도와 부식이 심한 바닷물에 견뎌야 한다. 포스코는 총 23종의 에너지강재를 개발했다. 이 기술력으로 2016년까지 다국적 석유화학 기업인 쉘(Shell)사가 발주하는 모든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에 에너지강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원유시추 생산저장시설(FPSO)에 필요한 후판 전량 9만t을 공급하고 쉘사의 FLNG 프로젝트에 필요한15만t 에너지강재도 전량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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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내달 파이넥스 3공장도 준공한다. 연간 400만t 쇳물을 파이넥스 공법으로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원료 예비처리공장인 코크스 제조공장과 소결공장을 생략해 용광로 대비 건설 비용을 크게 절감한다. 값싼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단가도 용광로에 비해 15% 낮다.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은 3%, 질산화물은 1%, 비산먼지는 28%만 배출돼 친환경 녹색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중경강철집단과 3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작협약(MOA)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철강재 생산, 판매라는 사업영역에서 나아가 기술사용료를 받고 기술을 수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 고성능 후판·해양구조용 H형강·나사철근 등 철강재 고급화
현대제철은 고성능 후판, 해양구조용 H형강, 나사철근 등 신제품 개발을 통해 신 시장을 개척하고 제품의 수익성을 한층 더 개선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등 신수요 시장에 대응하고 초고층 건물 환경에 맞는 내진용 강재를 지속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 할 계획이다.
해양구조물 및 초고층 건축물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후판이나 극후 H형강은 압연과 교정이 어려워 개발과 생산이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극한 지역에서도 물리적 성능을 유지하는 저온 충격 인성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는 등 전략 강종 개발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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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지난 1월 아시아와 유렵을 연결하는 총 길이 2134m의 '터키 보스포러스 제3교량'에 소요되는 후판 4만3000t을 전량 수주하기도 했다. 고성능 후판 개발에 착수한지 1년 만에 국내 철강사 최초로 고성능 후판을 공사현장에 대량 공급한 것이다. 현대제철이 이 공사에 공급하는 후판은 유럽 규격의 초장대교량용 고성능 후판(S460ML)으로 TMCP공법(정밀온도제어기술)을 통해 영하 50℃의 극한 환경에서 강도와 용접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우수한 가공성을 갖춘 제품이다.현대제철은 터키 보스포러스 현장뿐만 아니라 국내 울산대교, 부산국제IFC빌딩, 전경련회관 등에 건축물 강재를 공급하는 등 최근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초장대교량 및 초고층 구조물용 고급강재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기술연구소를 통해 시장중심의 제품개발과 더불어 고급강재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해 건설되는 인프라 구조물에도 고성능 후판 적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세계 시장 진출에 가속력을 붙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