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 책무 확대해야""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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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이임식에서 고별강연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시장으로부터의 비난 대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4년을 마치고 31일 한은을 떠났다.
김 총재는 이날 고별강연을 통해 "중앙은행은 국내외 시장의 변동을 감지하지 못한다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얕보여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그는 "시장의 안정이 염려되는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시장을 이끌어야지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을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끌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임기 중 'Never Before'라는 말로 '창립이래 처음'이라는 말을 무수히 낳았다. 임기 4년 동안 한은은 인사 개혁 조치로 조직의 슬림화를 꾀하며 13년만에 인사 직군제를 폐지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도를 도입하고 공모를 통해 외부인력 채용을 늘렸다. 첫 여성 임원과 고졸 출신 국장도 탄생했다.
김 총재는 한은의 향후 발전 과제의 핵심으로 금융안정 책무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한은에 좀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에 더 적합한 중앙은행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안정 기능이 확대되면 영국처럼 금융정책위원회(FPC)와 통화정책위원회(MPC)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그런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는 미국의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같은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PC는 영란은행(BOE) 산하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기구로,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MPC와 별도로 운영된다.
물가안정 목표제와 관련해서는 "목표제를 도입한 국가 중 이를 포기한 사례가 없다"며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고 평가했다.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총재는 재임 중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직원 교육훈련제도 정착 △정책과 시장의 연계성 강화 △원화의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국제화 △동료평가 등 내부평가제도 재정립 △한은의 금융안정 책무를 더 확대한 한은법 개정 등을 거론했다.
김 총재는 "질풍노도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한 격동의 지난 4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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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수 총재가 한은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