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한국은행

    지난 2012년 4월 6일 진행된 이주열 당시 부총재의 퇴임식에서 그는 김중수 총재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당시 이 부총재는  "6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개혁과 글로벌을 내세우며 파격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김 총재에게 억눌렸던 2인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중수 총재 역시 이 부총재의 퇴임식 발언 하나하나를 간부회의에서 지적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중수와 이주열, 둘은 조직의 1, 2인자로 지내는 2년 동안 사안마다 충돌했고, 막판에는 의사 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주열 전 부총재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악연' 김 총재의 후임 총재 내정자로 '왕의 귀환'을 이뤄낸 것이다.

    이 내정자는 지난 3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다"며 "계획이나 포부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내정자는 사실상 '낙하산'인 김 총재와는 달리 '정통 한은맨'으로 분류된다.

    1977년 한은에 들어와 조사1부 과장, 해외조사실상, 조사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내부 출신으로 조직 이해도가 높아 총재로서의 역할에도 빠른 적응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총재와의 악연 탓에 한은 내부에서는 또 한번 조직개편의 피바람이 불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김중수 키즈'로 불리는 이들을 요직에 배치해 놓은 상태라, 이 내정자가 들어오면서 과거 정통 요직에 있다 밀려난 이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총재의 파격적인 개혁에 반기를 들었던 이 내정자인 만큼, 같은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한은 내부의 입장이다.

    대대적인 개혁이 있을 경우 조직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 핵심 인력을 중앙으로 재기용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 내정자는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 '주얼리(Jewelry)'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영어식 이름인 주열 리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발음이 비슷할 뿐 아니라 능력을 갖춘 보석같은 존재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제 한은 내부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이주열 내정자가 악연 김중수 총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보석으로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