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법원, 원심 파기하고 재판부를 교체해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 내려
  • 코오롱이 첨단 합성섬유 아라미드(Aramid)를 둘러싼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의 1조원대 영업비밀 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패소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라 그동안 악재가 겹쳤던 코오롱은 한시름 놓게 됐다.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은 3일(현지시각) 1심 재판부가 코오롱 측의 주장을 입장하는 데 결정적 증거를 배제한 것은 잘못이라며 코오롱이 듀폰에 9억2000만달러(약 1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재판부를 교체해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은 1심을 맡았던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으로 다시 넘어가 새로운 재판부가 보게 된다.

    두 회사의 분쟁은 코오롱이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듀폰은 퇴사한 자사 엔지니어를 코오롱이 고용해 아라미드 섬유 관련 기술을 빼돌렸다며 2009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 역시 듀폰이 아라미드 섬유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라며 독점 금지 소송을 내며 맞섰다.

    아라미드는 경찰과 군인의 방탄복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초강력 합성섬유로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강도가 높고 열과 화학약품에 대한 내성도 강하다. 듀폰은 1965년 방탄복과 골프채 등에 쓰는 아라미드 섬유를 처음 시판한 이후 1973년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이를 상업화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에 따라 2011년 11월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손해배상금으로 9억1990만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35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012년 8월에는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고, 올해 2월에는 듀폰의 소송 비용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은 1심 주요 쟁점사항에서 모두 지면서 사실상 참패했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이를 전부 무효화해 전세를 역전시킬 찬스를 가지게 됐다.

    코오롱은 이날 "듀폰과 코오롱 사이에 진행돼온 아라미드 영업비밀 사건 항소심에서 내린 판결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항소심 결과는 코오롱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배제된 채 듀폰 측에 유리하게 내려졌던 1심 판결을 완전히 무효화한 것이어서 코오롱에 의미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항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재심에서 1심 재판에서 배제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게 돼 보다 공정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