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비리사건으로 임원들 줄줄이 구속문어발식 신규쇼핑몰 사업. 투자효율성 의문야심차게 준비한 맥주사업도 성공 장담못해재계선 "몸집키우기 보단 조직 내수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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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롯데의 '몸집키우기'가 난관에 부딪혔다.
    그간 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성장을 위한 신(新 )시장 개척에 총력 지원했지만 사사건건 발목이 붙잡히는 상황이다. 최근 홈쇼핑에서 촉발된 비리 혐의로 그룹 전·현직임원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며 오너 리스크 심화되는 가운데 제2롯데월드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재계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공격적인 전략이 롯데의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 할 수 있지만 영토확장 내실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이다.


    # 안에서 얼룩진 홈쇼핑 납품비리…금융부문 육성 차질까지 '일파만파'  

    고위층까지 연루된 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은 롯데의 금융부문 육성계획에도 큰 지장을 줬다. 롯데는 최근 매물로 나온 LIG손보 인수를 위해 M&A(인수·합병)팀을 구성하고 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손해보험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는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롯데가 시장점유율 13.8%로 업계 4위인 LIG손보를 거머쥐어 업계 2위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포석으로 인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롯데카드 정보유출사고와 그룹 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터지면서 현재로선 추진하던 계획이 더욱 힘들게 되고있다. LI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최근 롯데그룹이 손해보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사건은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롯데홈쇼핑 이모 전 생활본부장과 정모전 MD, 김모 고객지원본부장과 이모 방송본무장을 각각 구속한 검찰은 이날 핵심 요직인 전 영업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당시 롯데홈쇼핑 대표를 맡고 있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 역시 고위 임원들로부터 돈을 정기적으로 상납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이번주 안으로 신 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무리한 사업확장 '과부하'로…내부 개선 '시급'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고 사태를 조기 수습한다는 계획으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에 나섰지만, 바로 다음날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더욱 곤혹을 치르게 됐다. 그룹최대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은 롯데건설의 무리한 공사 강행이 주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동안 논란이 된 MB 특혜 의혹, 부실공사 등이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현재로선 5월 정상 개점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어서 롯데의 시름이 깊어져 가고 있다.

    롯데가 불어난 덩치를 감당하지 못한 채, 마냥 외부로 뻗어나가는 징후 역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신규쇼핑몰 출점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오는 8월에는 롯데몰 수원역점, 12월에는 부산 롯데 복합쇼핑몰이 문을 여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경기도 오산 복합몰 건립 계획을, 지난 3일과 7일에는 과천과 의왕에 또 다른 롯데타운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사업 부지의 투자 효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의왕 쇼핑몰의 경우 당초 신세계가 2012년부터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곳이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토지 매입 비용이 초기 예상보다 20% 이상 늘어나면서 총 투자금액도 4000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사업계획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과천 부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곳은 과천시가 지난해 5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어 무산 직전까지 갔던 곳이다. 의왕과 과천이 지리적으로 너무 인접해 롯데 내부에서도 중복 투자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야심은 맥주사업에도 드러났다. 이달 말 정식 출시할 '클라우드 맥주'는 롯데그룹이 총력 지원해 업계에서는 '신동빈 맥주'로 불린다. 문제는 맥주 업계 1, 2위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도 신제품과 리뉴얼로 시장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는 점이다. 4월 말 롯데가 맥주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입맥주의 공세 속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견제까지 받게 돼 맥주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맥주시장 진출 시기를 놓고 머뭇거리다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며 "이제는 프리미엄 제품과 일반 제품을 어떤 비중으로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재계에선 '과부하가 걸렸다'며 이번 제2롯데월드 사건을 놓고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내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과욕은 결국 기업을 폭식에서 구토의 악순환으로 몰고 가게 돼 있다"며 "롯데는 무엇보다 조직 내부의 곪아터진 부분을 먼저 개선해야 할 상황 시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