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부회장은 롯데홈쇼핑 부정비리와 무관해"제2롯데월드 사고, 부실한 내부 문제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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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직 백화점 사장이 연루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의혹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선 또 인명사고가 발생해 상반기 임시 개장이 난관에 봉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특별 세무조사 종료 직후 발생한 일들이다. 롯데로선 이래저래 창사 이래 최대 시련기다.

    롯데그룹은 8일 오후 해명 자료를 급히 배포했다.

    문화일보가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이자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그룹의 명실상부한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에게까지 문제의 금품이 흘러들어간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룹은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부정비리와 관련해 어떠한 금품도 수수한 사실이 없다"며 "롯데는 해당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당시 홈쇼핑 대표였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검찰 소환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 부회장으로까지 의혹이 번지면 초대형 비리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 해명자료다. 핵심 관계자는 "이 부회장 본인이 사실무근이라며 굉장히 강경한 입장"이라며 "본인 입장에서는 법적조치 뿐 아니라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홈쇼핑 사태가 터진 지 엿새만인 전날 그룹 차원의 첫 공식 입장으로 신동빈 회장의 격노 사실을 전하며 국면 수습을 시도해 왔다. 특히 그룹의 전 사업 부문에 걸친 대대적 감사를 진행해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엄벌하고, 이와 별도로 업무 시스템을 개선해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신헌 사장에 대해서도 이제까지는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는 미온적 입장이었다면, 신동빈 회장의 발언이 전해진 이후에는 조만간 거취를 정리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갑작스레 '이인원 연루설'이 터져나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사건에 대해선 강도높고 발빠른 대응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그룹 차원에서도 사태를 빨리 정리해야한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겠느냐"며 "신헌 사장의 경우도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와중에 공교롭게도 제2롯데월드에서 배관작업중이던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롯데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사실 제2롯데월드다. 홈쇼핑 사태가 돌발 악재라면, 롯데월드타워는 뾰족한 답을 찾기 힘든 장기 난제기 때문이다.

    롯데측과 서울시는 올해초부터 제2롯데월드 상반기 임시개장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지난 2월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서울시 차원에서 안전실태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발표, 개장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개장 시기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피하며 물밑에서 조용한 해결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는 그러나 "임시 개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표하는 등 좀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해 "발생하지 않았어야 했을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다만 제2롯데월드 개장 일정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편적으로 벌어진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결국은 롯데 특유의 조직 문화가 저변에 깔린 총체적 문제고, 그런 만큼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일이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간 외형 확장 일로를 걸으며 내부 조직 문화는 그에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일련의 일들을 거치며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