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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중도 퇴임하지 않고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버티기' 선언을 한 김 행장이 하나SK-외환카드 통합 등 남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오후 김종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흔들린 리더십 극복 가능할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떠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중징계를 받은 은행권 임원들은 자진사퇴하는 것이 관례였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임기 만료 전에 자진사퇴했다.
김 행장의 경우 지난 20일 오전 사퇴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곧바로 하나은행 측에서 "김종준 행장이 남은 임기를 끝까지 할 것"이라고 뒤집은 해프닝이 있었다.
김 행장은 징계에 따라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남은 11개월 간의 임기는 채울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징계와 사퇴의 관계에 대해서는 "보장된 임기를 채우면 안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직무정지나 해임권고가 아니기 때문에 그가 물러날 이유는 없다.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고 말했다.
김 행장이 임기 완주를 선언한 명분은 '조직 안정'이다. 자신이 중간에 물러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하나은행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본인이 조직을 위기에 빠뜨려놓고 자신이 빠지면 조직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리더십이 흔들린 만큼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나SK-외환카드 통합, 1년 안에 이룰 수 있을까?
하나금융의 숙원 사업인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외환카드)의 통합 작언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통합 작업의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요인은 카드업계의 갑작스런 환경 변화다.
카드사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이다. 외환카드는 은행과 고객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전산도 분리됐으나, 당국은 여전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환카드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목표로 잡았던 4분기 통합은 어려워졌다"며 "당국의 인·허가 심사 중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물론 당국에서도 두 카드사의 통합이 상승효과를 낸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통합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환카드 분사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이 늦어짐에 따라 하나금융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하나금융은 내부적으로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보장 기한인 2017년 전에라도 두 은행을 합치는 게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마땅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카드사는 물론 은행도 이대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두면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
◇ '괘씸죄' 적용 받을수도
김종준 행장의 남은 임기 동안 할 일은 많지만 앞날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버티기 선언을 한 그에게 금융당국이 '괘씸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승인 과정에서 당국이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있다.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일을 할 뿐이지 특정한 감정을 갖고 검사 수위를 높이지는 않는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중징계 처분을 받은 김 행장이 금융당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행장은 지난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 금융인생을 시작해 35년째 하나금융에 몸담고 있다.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김 행장이 마지막 11개월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