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문책 경고'… 향후 5년 간 금융권 취업 제한남은 임기 보장되지만… 힘 잃어
  • ▲ 금융감독원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 NewDaily DB
    ▲ 금융감독원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 NewDaily DB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문책 경고 상당의 제재를 받게 됐다. 지난 2일 금감원이 김 행장에게 사전 통보했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김 행장의 적극적 소명에도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림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은 앞으로 그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그가 당장 하나은행의 수장 직에서 하차할 것인지,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인지에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문책 경고 상당 징계… 예상했던 수준

금융감독원은 17일 오후 6시 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공개했다. 

심의위 결정에 따르면 김종준 행장은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가 확정됐다. 이는 사실상 은행장직에서 물러나라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어서 김 행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는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기타 임직원 5명은 감봉 3개월 등의 조치를, 하나캐피탈은 기관 경고와 과태료 500만원, 하나금융지주는 기관주의를 각각 받게 됐다.

김종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실제로 59억5000만원의 부실이 발견되고, 이사회 회의록과 관련 서류 조작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일부 사실이라는 결론을 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종준 행장의 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점들을 발견해 기존보다 징계 수위를 높였다"며 "거취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하나캐피탈은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했으나 60여억원의 피해를 봤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투자 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돕고자 하나캐피탈이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금감원은 김승유 전 회장도 하나캐피탈 부당 대출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을 일부 적발했다. 145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이 김 전 회장의 지시 없이 김종준 행장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 ▲ 금융권의 관심은 김종준 행장의 거취문제에 집중된다. 김 행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NewDaily DB
    ▲ 금융권의 관심은 김종준 행장의 거취문제에 집중된다. 김 행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NewDaily DB

  • ◇ '종이호랑이' 된 김 행장… 하나銀 수장 하차?

    한 금융지주사에서 전직 회장과 현직 계열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시에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김종준 행장의 거취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은 이미 회장 임기가 끝난 지 오래인데다, 최근 고문 자리에서도 물러난 바 있기 때문에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논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김종준 행장이다.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 퇴출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김 행장의 경우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아있어 당장 사퇴를 택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재취업이 제한되기에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남은 임기는 채우고 떠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징계로 연임 가능성이 전혀 없어진 만큼, 조직 내부에서 힘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러나라'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징계라는 점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기가 남은 금융사 수장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중도 하차한 선례도 있다. 과거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스스로 사임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김 전 회장과 김 행장이 이번에 받은 징계는 지극히 당연한 제재"라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거취 논란과 관련, 김종준 행장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행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 경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며 "조용히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견해 차가 가장 컸던 부분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재심의위원들이)주셨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충실히 설명을 드렸다"고만 답했다.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거취 표명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