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 중징계… 금융권 "김승유가 배후"이팔성·어윤대,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전전긍긍
  • ▲ 전직 회장님들의 과오로 인해 금융사들이 고민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안개 낀 여의도 금융가 모습. ⓒ 연합뉴스
    ▲ 전직 회장님들의 과오로 인해 금융사들이 고민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안개 낀 여의도 금융가 모습. ⓒ 연합뉴스

    한 때 회사를 진두지휘했던 '전직 회장님'들 때문에 금융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특정 저축은행에 대한 부당 대출로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각각 중징계와 경징계를 받으면서,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금융권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은 전직 최고경영자의 과오로 인한 고민을 떨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 중징계 받는 행장…배후엔 김승유?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저축은행 부당지원 사건과 관련해 김종준 행장에게 문책경고(상당),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상당) 규모의 징계를 각각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은 김 행장은 향후 3년 이상 취업이 제한된다.

김 행장에 비해 김 전 회장이 약한 징계를 받긴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이 이번 사태의 실질적 주도자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CEO의 제왕적 경영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행장이 지시를 부인했고 김 전 회장이 직접 지시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이 김 행장에게 "투자를 알아보라"고 말한 점을 포착, 징계를 내렸다.

김종준 행장은 김승유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측근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인 셈이다. 이런 점 역시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김 전 회장이 있다는 시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동병상련' 이팔성·어윤대…도쿄지점 비리 의혹 속앓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도쿄지점을 자주 방문했으며, 해당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전 회장에 대해 당초 우리은행의 파이시티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연루 여부를 살폈으나 최근 우리은행 도쿄지점 비리 의혹으로 화살을 돌렸다. 금감원과 은행권에서는 이 전 회장이 도쿄지점을 수시로 방문했다는 등의 정황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자살한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은 이 회장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일본에 자주 왕래했다는 사실 만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팔성 전 회장은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서 도쿄와 오사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일본어에도 능통해서 일본통으로 꼽힌다. 이 전 회장 역시 "친분이 있는 일본 금융계 인사나 투자자들을 일본에서 자주 만났다"고 해명한 상태다. 

어윤대 전 회장 역시 불법대출에 연루된 도쿄지점장의 승진을 지시하긴 했으나, 공교롭게도  불법대출 사실이 적발된 시기와 우연히 겹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