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줄이니, 노사 간 대립 커져금감원·한은 공동검사 임박… '하필 지금, 부담되네'

  • "점포 운영할 형편 안 돼 지점 수 줄이고, 노조와의 대립각도 날카롭기만 하고, 금융당국의 검사도 대비해야 하고…"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계속되는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상의 문제와 노조와의 갈등으로 골치 아픈 현실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검사도 대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 어려운 살림, 점포 수 줄이고…

씨티은행은 전국 56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달 9일부터 지난 7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 

씨티은행 측은 "저수익 기조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모든 점포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서울 등 6개 주요 도시의 부유층 고객을 대상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폐쇄할 것으로 공지한 영업점 중 경기 수원역, 인천 경서동, 서울 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 등 5개 지점은 이미 문을 닫았다. 나머지 51개 지점은 오는 6월 20일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정리 작업이 끝나면 씨티은행 영업점은 6대 도시를 중심으로 134개만 남게 된다.

특히 강원과 전남·북, 경북 등 4개 도에서는 아예 씨티은행 영업점이 완전히 사라진다. 춘천·전주·순천지점은 각각 강원·전북·전남에 남아있던 유일한 영업점인데, 이들 점포가 모두 폐쇄되기 때문이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말 포항과 구미지점이 폐쇄되면서 이미 모든 영업점이 사라졌다.

영업점의 축소에 따라 직원 수도 4641명에서 3590명으로 1051명(22.6%)이 줄어들게 된다. 인력이 가장 많던 2007년과 비교하면 1726명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 노조, 단계적 파업 돌입… 더욱 팽팽해지는 갈등

씨티은행 측은 이번 영업점·인력 축소를 '수익성 악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씨티은행 노조는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씨티그룹 본사의 탐욕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씨티은행 내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점포 폐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우려와 단체협상 결렬 등의 이유로 지난 7일부터 단계적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파업 1단계인 정시 출퇴근과 무급휴가 선(先)사용을 시작으로 오는 21일부터는 보고서 작성, 화상 회의, 사내 연수 등을 거부할 방침이다.

노조는 씨티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 주된 요인으로 본사가 챙겨가는 경영자문료 등 해외 용역비가 높다는 점을 꼽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2005년, 씨티은행이 본사에 보낸 해외 용역비는 437억원으로, 그 해 순익 4609억원의 9.5% 수준이었다.

하지만 순익이 2191억원으로 줄어든 지난해 해외 용역비는 1390억원으로 순익의 63.4%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김영준 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이 고배당에 제동을 걸자 해외 용역비란 편법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가 본사 용역을 받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화된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 이 판국에 정기검사… 씨티은행 어쩌나

이 가운데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씨티은행에 대한 공동검사에 들어간다. 양 기관은 오는 26일부터 4주간 해당 은행을 검사할 방침이다. 

이번 검사는 4년 만에 실시되는 정기검사로 은행 경영에 관한 일반적인사항부터 외환시장 건전성 등을 포함, 전반적인 것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로, 최근 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씨티은행으로서는 금융당국의 검사까지 겸치면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권의 한 실무자는 "집안 사정이 말이 아닌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갑자기 방문한다면 부담을 느끼지 않는 며느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씨티은행의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