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전공의 향한 참스승의 일갈 … "면허 하나 있다고 오만, 피해자는 환자"

의정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서울의대 일부 교수들이 의사 후배들인 사직전공의들을 향해 꾸짖었다. 1년이 넘는 의료대란이 벌어지는 동안 피해자는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인데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집단행동에 대한 일갈이다.

17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하은진(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오주환(국제보건정책), 한세원(혈액종양내과), 강희경(소아청소년과) 등 4명의 교수가 의정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직전공의를 향해 날 선 발언을 했다. 

이들 교수는 "사태 초기에 우리는 미안했다. '교수들은 중간착취자다', '정부의 부역자다', '편협하고 위선적이다'라는 들어도 부끄럽기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과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의대증원 정책을 막지 못했고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가 지속된 것은 선배들의 책임임을 통감한 것이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물론 복학이나 복귀를 가로막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스피커 역할을 맡은 박단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 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가 꺼낸 일련의 글과 발언은 선배 의사들에겐 상처로 남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도 스승이라던 의대 교수들은 수면 아래로 숨었다. 

이들 역시 침묵하는 다수에 속해있었지만 후배와 제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하은진(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오주환(국제보건정책), 한세원(혈액종양내과), 강희경(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로서 품격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저격했다.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모든 과정이 착취로 매도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몇 년의 과정만 버티면 대다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는데 이를 착취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반문했다. 

특히 투쟁을 위해 환자를 볼모로 잡은 것을 부인할 수 없기에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들은 "의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나. 그런데 환자와 국민의 불편과 공포를 무기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의사라는 직업의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을 지속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면 사회는 결국 그 독점적 권한을 필연적으로 다른 직역에게 위임할 것이다. 이것이 여러분이 바라는 결과인가"라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