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 이상 호가 상승, 실제 거래는 없어"아직은 시기상조, 좀 더 지켜 봐야 할 것"
  • ▲ 지난 21일, 서울시는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사업 심의를 통과시켰고 강남구는 주공2·3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시행인가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뉴데일리
    ▲ 지난 21일, 서울시는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사업 심의를 통과시켰고 강남구는 주공2·3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시행인가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뉴데일리


"시장반응이요? 다른 공인중개사에 손님들 많던가요? 언론에서 '개포주공  매매가가 몇천만원이 올랐다', '개포동이 들썩인다'라며 말만 많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호가만 상승했을 뿐 매수·매도자가 전혀없어요. 그야말로 언론플레이에 개포동이 들썩이는거죠."  (개포동 A 공인중개사 대표)

"지난 20일 저녁 7시 30분쯤 매도자와 거래를 위해 약속을 잡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매도자가 조합에서 문자가 왔다며 거래를 바로 취소했죠. 문자 내용을 보니 건축심의가 통과됐다는 내용이더군요. 당연히 매도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는데 거래를 할 이유가 없죠. 허탈했죠 뭐…." (개포동 B 공인중개사 대표)

지난 21일 서울시는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강남구는 개포주공 2·3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시행인가를 처리했다고 알려왔다. 

잇다른 호재 소식에 개포주공 아파트 시세는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들썩일 것으로 예상했다. 총 1만2000가구에 달하는 개포주공은 강남 최대의 재건축 단지로써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특히 저층 단지로 상대적으로 대지 지분율(아파트 전체 대지면적을 가구수로 나눈 수치)이 높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뒤따른 지역이었다.
 

  • ▲ 1983년에 들어선 개포주공은 세월의 흐름만큼 주변시설과 건물들이 노후화됐다.ⓒ뉴데일리
    ▲ 1983년에 들어선 개포주공은 세월의 흐름만큼 주변시설과 건물들이 노후화됐다.ⓒ뉴데일리


  •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를 찾았다.

    1983년도에 들어선 이 단지는 서울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강남'이란 이미지에 있을법한 건물은 아니었다. 노후된 외관과 낡고 부식된 주변 시설물은 당장이라도 재건축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건축심의 통과'와 '사업시행인가'를 환영하는 플랜카드가 단지 내 곳곳에 걸려있었다.

    일단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40대의 한 주민은 "재건축한다는 말이 나온지가 10년은 넘은 것 같다"며 "하루빨리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희소식에도 단지 내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한산했다. 실제 20여 곳을 방문해 본 결과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중개업소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지역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손님보다 기자분들이 더 많이 찾아오시네요"라며 자조석인 말을 전하기도 했다.

    중개업자들은 재건축관련 발표 이후에 개포주공의 특별한 시장 동향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물을 거둬들이며 호가를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높여 부른다"며 "반면 추격 매수세가 약해 실제 거래로 이뤄진 경우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35㎡형이 5억7500만원으로 매물이 나왔었지만, 현재는 5억9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중개업소중에 최근 2∼3일간 거래가 있었다고 답한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문의전화도 없다는 설명이다.

    C 공인중개사 대표는 "간혹 집주인들이 앞으로의 동향과 관련해 묻기는 하지만 대체로 문의전화는 거의 없다"며 "더 이상 투자자들은 개포주공이 재건축을 한다해도 큰 메리트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 1983년에 들어선 개포주공은 세월의 흐름만큼 주변시설과 건물들이 노후화됐다.ⓒ뉴데일리


  • 또 지난 2월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를 이같은 '미지근한' 반응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재건축 사업 진전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2·26대책 이후 위축된 투자심리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D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 2월 정부 발표 이후에 개포주공은 약 5000만원 정도 집값이 하락했다"며 "이후 투자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는 입장으로 돌아섰기에 이번 재건축관련 소식만으로는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잇다른 재건축 발표가 지방선거를 앞둔 표심잡기 행태라는 비판도 나왔다.

    D 공인중개사 대표는 "10년 이상 묵혀있던 계획이 하필이면 왜 이 시점에 발표가 나느냐"며 "재건축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기까지 개포주공 이해 관련자들은 콧방귀도 안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집값 상승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비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었다.

    H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의 가격 오름세는 힘들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보합세에서 약보합세를 유지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관점의 의견도 있었다.

    지난 2001년부터 매달 개포주공의 동향을 분석했다는 어느 중개업자는 "개포주공의 매매가가 2006년 최고점을 찍고 다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009년 다시 정점을 찍었다"며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예상컨대 중장기 관점으로 상승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이어 "지난 2·26발표 이후 떨어진 시장가격 회복은 물론 그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